'아침에 일어나 카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율주행전기자동차를 예약한다. 차 안에서 회의 자료를 검토한 후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퇴근 무렵에 알람이 울린다. 집 안 온도를 조절하겠다는 인공지능(AI) 비서의 메시지다. 대부분 결제는 전력 또는 통신망과 연계돼 있어 월말에 일괄 결제되니 지갑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다.'
제조-정보통신기술(ICT)-에너지-서비스 등이 융합된 미래 생활 모습이다. 아주 먼 얘기가 아니다. V2G(Vehicle to Grid) 기술로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하고, 에너지인터넷(IoE) 기반의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등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AICBM(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등 파괴적 기술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경쟁자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 엘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와 우주로켓 시장을 열고 있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 차원의 대응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널드 토인비가 최초로 산업혁명 개념을 제시한 이후 인류는 세 차례 산업혁명을 겪었다. 각각 증기기관,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와 인터넷 등이 핵심 동인이다.
돌이켜보면 기술을 넘어 방직과 철도,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산업 및 시장이 열릴 때 산업혁명은 가능했다.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시장 창출이 성장 활력의 돌파구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문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그러나 경제 성장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중견기업 경쟁력은 약해지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성장 위주의 낡은 사고가 창의 기술 혁신과 새로운 산업·시장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이란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선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혁신 성장이 필요하다. 장롱 특허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적극 요구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보유한 특허 3만6414개 가운데 72%가 휴면 상태에 있다. 업종별 칸막이를 없앤 융·복합 프로젝트와 산업 파급 효과가 큰 원천 기술 확보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전략 재편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융합 R&D 프로젝트를 집중 발굴하는 한편 27% 수준인 원천 기술 지원 비중을 내년에는 40%까지 대폭 제고하는 등 정부 R&D 성과를 높일 계획이다.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 품목은 10년 전과 거의 같다. 물론 주력 산업이 잘 대응한 결과지만 산업 구조 정체성을 보여 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기차, 지능형 그리드, 스마트폰, 충전 서비스 등이 경계를 넘어 연결되는 시대다.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한 산업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에너지, ICT 등 우리에게 있는 강점 분야를 활용해야 한다. 스마트시티·자율차·에너지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미래형 신산업을 키우고, 철강·석유화학·기계 등 전통의 주력 산업도 신소재·로봇 등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바꿔 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창출 없이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조성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 개선은 물론 에너지 실증 투자 확충, 6개월 내 신제품 출시를 위한 신속 인증제 도입, 대규모 투자 애로 해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혁신 성장이 이뤄질 때 미래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만 7만7000개 이상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장자의 '소요유편'을 보면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말이 나온다. 곤(鯤)이라는 커다란 물고기가 비늘이 터지고 날개가 솟고 주둥이가 부리로 바뀌는 변형의 고통을 겪은 뒤에야 붕(鵬)이라는 큰 새가 되어 만리를 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의 돌파구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에서 꽃을 활짝 피워야 한다. 철저한 준비로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산업부는 업계·학계 등과 적극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우리 산업이 나가야 할 세부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실물 경제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우리 국민이 미래의 밝은 모습을 하루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ungyupaik@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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