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F? 나는 TGIM이다.”
'TGIF(Thank God It's Friday)'는 주말을 맞는 직장인의 기쁨을 표현한 말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TGIM(Thank God It's Monday)', 월요일이 설레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우리나라 성장 동력인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를 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주무 부처다.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 등 중차대한 임무가 유 장관의 양 어깨에 놓여 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은 만큼 즐겁다는 게 반어법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 장관은 ICT와 과학기술은 새로운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분야여서 어느 때보다 일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건 부담이 아닌 감사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ICT와 과학기술의 화학 형태 결합을 통한 과기정통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만간 과기정통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세부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입을 열었다.
거룩하고 원대한 구호가 아니라 실체가 분명한,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청사진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와 먹거리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최우선하겠다는 원칙도 공개했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생각은.
▲4차 산업혁명에는 일자리와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자동화 등으로 어떤 분야는 일자리가 줄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가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쪽 일자리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은 미래에 대한 준비인 만큼 새로운 먹거리로도 굉장히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지금은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전문가라고 자칭한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관련 위원회를 만들 때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장에게 물었다. 독일 역시 정의가 너무 많아서 단일 콘택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기업이든 정부든 인더스트리 4.0에 관해선 공통된 창구를 통해 동일한 얘기를 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공통되고 일관된 생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위 규모 축소에 이어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 담을 정도로 의지가 강력하다. 단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기대치나 청사진이 다를 수 있어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속도감 있게 정책을 수행하려면 조직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당초 구상대로 위원회에 15명 장관이 참여하면 민간 주도 위원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참여 장관 숫자를 줄인 것이다.
민간에서 과제나 요구 사항 등 의견을 제시하면 각 부처가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하고 위원회는 이를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요구 사항을 가능케 하는 솔루션이나 툴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위원회는 인사 검증 단계로 발표가 되면 곧바로 회의를 열어 가동에 들어간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은 발표할 것인가.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지능정보추진단 중심으로 로드맵을 마련해 왔다. 기본 이미지(방향)를 담았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확정할 계획이다. 10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킥오프 미팅도 준비하고 있다. 중간보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연말까지 민·관 합동으로 계획을 더욱 구체화해서 수립한다. 계획별로 얼마나 자원을 투입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우선순위도 정한다. 세부 청사진이 마련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 이행이다. 분명한 건 '제2의 창조경제'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콘셉트는 좋았지만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보다 실체를 중시할 계획이다.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정의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실체가 모호하다며 실행이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실체가 있으려면 일자리, 먹거리와 연결돼야 한다. 방법은 우리가 이행해야 할 계획을 굉장히 세분화하고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계획이 협소하다고 비판받더라도 감수할 생각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예산 관련 부처도 협력해야 한다.
-유영민표 과기정통부 정책은 언제쯤 볼 수 있는가.
▲정책 마련과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게 두 가지 있다. 우선 조직 정비다. 조직 개편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ICT와 과학기술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단순한 물리 형태 결합보다 화학 형태 결합이 중요하다. 대규모 교차 인사를 실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 문화도 바꿔야 한다. 멀고 길게 내다보고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취임 이후 출범한 7개 태스크포스(TF) 가운데 이와 관련한 TF가 몇 개 있다. 또 다른 하나는 4차산업혁명위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이 조만간 발표된다. 그러면 과기정통부가 위원회와 밀접하게 협력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다음 달 두 가지 축의 윤곽이 드러난다.
-5세대(5G) 시대 준비는.
▲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통신사의 새로운 먹거리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고도화, 신기술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5G는 4G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 외에도 초연결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 유형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비를 포함한 모든 산업 체계가 5G 전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통신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시장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통신사가 가입자 요금 수익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5G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통신비 인하와 맞물려 제4 이동통신과 알뜰폰에 쏠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4 이동통신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망 투자 등을 위한 재무 능력과 기존 이통사와 경쟁할 수 있는 독자 사업 모델은 필수다. 그러나 과거엔 이러한 요건이 구비되지 않아 일곱 차례나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무산됐다.
새로운 사업자가 좀 더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을 위한 등록제 완화를 비롯한 제도 기반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알뜰폰은 그동안 도매 대가 인하, 전파 사용료 면제, 우체국 수탁 판매 등 다양한 정책을 지원해 왔다. 매년 적자폭 감소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보편요금제 도입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방안을 고민하겠다.
-유료방송 정책 변화에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유료방송 최대 관심인 합산 규제는 11월에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이나 기술 발전 등을 고려, 방송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유 겸영 규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에 대한 유일한 소유 겸영 규제인 위성의 케이블TV방송사업자(SO) 소유 제한(33%)을 폐지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다.
통신사와 케이블TV 인수합병(M&A)은 시장의 자율 추진이 바람직하다. M&A 심사 시 산업 파급 효과와 방송의 공익 측면을 종합 고려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개혁은 무엇인가.
▲출연연의 자기 주도 혁신 방안 등 스스로 혁신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혁신 분위기가 연구 현장에 확산되도록 정책 발굴, 제도 개선 등 조력자 역할을 할 방침이다.
'출연연의 전문성과 자율성 제고'를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해 준비하고 있다. 출연연 기관 평가를 독립평가위원회를 통한 핵심 기능과 사업 단위 내실 평가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 기관 공통 행정 업무는 연구회로 이관·통합하고, 연구 활동과 관계되는 업무는 현장에서 밀착 지원할 것이다.
-전자신문 창간 35주년이다.
▲전자신문 애독자이자 열독자로서 35주년 전자신문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자신문은 창간 이후 우리나라 성장의 현장을 함께한 역사의 산증인이자 리더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35년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 변화와 트렌드를 신속하게 간파하고 분석하는 혜안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리드하는 정론지로서 소명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동래고,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LG전자 전산실 입사를 시작으로 38년 동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일해 왔다.
LG전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거쳐 LG CNS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이사,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이사를 역임했다.
2010년 포스코ICT 사업총괄사업 겸 IT서비스 본부장을 거쳐 이듬해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급 선임연구위원에 올랐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 올해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SNS본부 공동본부장 등을 맡았다.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취임했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부 부장 adolfkim@etnews.com
정리=안호천 통신방송전문기자 hcan@etnews.com
사진=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