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잇단 악재에 글로벌 시총 500대 기업서 밀려났다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긴장에 신용평가기관 등급 하향까지 현대차그룹 주가에 악재가 겹겹이 더해졌다. 지난달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패소 이후 현대차그룹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서도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현대자동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7% 하락한 1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그룹 주가 상황은 더 어둡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모두 이날 전 거래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 갔다.

기아차도 직전 거래일 대비 0.62% 내린 3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일 하루에만 4.66%가 빠진 현대모비스는 이날 3.56% 추가 하락했다. 현대차 부품 생산 기업인 현대위아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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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현대차는 지난달 말 기준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에 우리 기업으로선 삼성전자(13위), SK하이닉스(285위)에 이어 480위로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11일 현재 시총은 29조7000억원으로 전체 536위에 자리했다. 열흘 만에 시총 2조원이 증발했다. 거래소가 조사를 진행한 2010년 말 이후 8년 만에 500대 기업에서 밀려났다.

현대차까지 퇴출되면 글로벌 시총 500대 기업에 남는 한국기업은 단 두 곳뿐이다. 5년 전까지 이름을 올린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모두 시총이 줄어들면서 이미 500위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사드 배치로 인한 반한 감정 때문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47% 급감한데 이어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창저우 공장이 조업 중단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공장 가동은 재개됐지만 부품 조달 문제 등 불씨는 남아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징 합작사 노골적인 압박 가시화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부품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현대차 그룹과 직접 지분 관계를 가진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에 납품 단가 인하 요구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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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현대차 글로벌 신용등급(전망) 변동 현황 <자료: 하이투자증권>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등급 전망에 대해 미국·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중국 시장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 취약한 모델군, 국내 노·사 갈등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제 불가능한 중국과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제품력 개선, 노·사 화합 등 현대차그룹의 자구 노력 부족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강하다”면서 “경쟁력 있는 신차와 신흥 시장 개선 여부에 현대차그룹의 턴어라운드가 달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하락세인 현대차를 매수하는 분위기지만 실적에서 중국과 미국의 판매 부진을 떨어내지 않으면 상승 분위기를 되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로 자동차·유통 분야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현재 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단기 개선은 어렵다”면서 “사드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긴장이 심화되면서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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