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최저 출산율, 최장 노동시간, 최하위 국민 행복 지수라는 오명이 더이상 대한민국의 수식어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의지로, 문제 해결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핵심정책토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범정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는 “10년 간 100조 원을 썼는데도 저출산 문제는 조금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고용과 주거 안정, 성 평등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비정규직·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에 총력
고용노동부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비정규직'과 '장시간 근로'를 주제로 보고했다. 노동현안 해결을 위해 법·제도 개선 노력과 현장 근로감독 행정 혁신을 추진한다.
우선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정규직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해 9월 중 852개 기관 정규직 전환규모를 포함한 로드맵을 발표한다. 노동시장에 정규직 채용 원칙을 확립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근절한다. 그간 보호가 미흡했던 하도급 노동자 문제에도 적극 대처한다.
상시·지속,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 사용 원칙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은 합리적 사유(결원대체, 계절적 업무 등)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로드맵 발표 후 노사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
장시간 근로문제 해결을 위해선 1주 최대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우선 추진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축소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한다.
◇복지부, 10만개 일자리 창출
보건복지부는 정부 주도로 소득수준 증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보건의료 분야 성장을 통해 5년 간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독거노인 위주로 시행했던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모든 노인에게 확대 제공한다. 370만 노인 가구를 관리할 새로운 인력을 확충한다.
의료 취약지에 거점 종합병원을 만든다.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해 지역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호스피스 관련 일자리도 늘어난다. 말기 암 환자에 국한됐던 호스피스 서비스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이나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말기 환자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성장 잠재력이 큰 제약·의료기기·화장품 분야는 적극 육성해 전문 일자리를 창출한다. 12월까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제약·의료기기·화장품 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을 마련한다. 2020년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를 건립하는 등 공공 백신 인프라를 구축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치매 진단·치료와 방역연계 감염병 연구개발(R&D)에 들어간다.
◇여가부, 경단녀 지원강화·젠더폭력 종합대책
여성가족부는 여성 경력단절예방 및 재취업 지원과 젠더폭력 방지·피해자 보호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보고했다. 2022년까지 30대 여성고용률을 63%로 높이고, 젠더폭력 없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기능을 경력단절 후 취업지원 중심에서 경력단절 예방까지 확대한다. 기업의 경력단절여성 고용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 할 경우 기업 세액공제율을 현행 10%에서 30%(2018년)로 올리는 것을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추진한다.
시설보육과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현 2만1000명인 아이돌보미를 내년까지 2000명 증원한다. 젠더폭력에 대한 피해자 지원과 국가 책임성 강화를 위해서는 '젠더폭력방지법(가칭)'과 '스토킹처벌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본적으로는 여성이 일을 계속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사회 여건을 만들어주는 범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