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격랑의 과기혁신본부…박기영 "석고대죄…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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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모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거센 격랑에 휩싸였다. 박기영 본부장 임명 때문이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 연루 의혹이 있는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임명 소식에 연구계가 즉각 반발했고, 반발이 정치권·시민사회로 확산됐다.

박 본부장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본부 운영 구상을 밝혔지만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간담회'를 자처해 그간의 논란에 입을 열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공동 연구가 경솔하고 부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사과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혁신본부를 내실 있게 운영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박 본부장이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적극 해명한 것은 이 사건이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5~2006년 청와대 보좌관 재직 시절 황 전 교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사이언스'지에 투고됐던 논문이 조작됐고, 연구 윤리조차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논문에서 박 본부장은 '무임승차'와 '조작 공조'라는 진퇴양난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자신의 전공(식물생리학)과 관련 없는 줄기세포 연구 공저자로 참여한 것이 문제다. 황우석 사건 당시 서울대 조사위도 박 본부장의 논문 공여도가 없음을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논문 초반 기획에 참여했고, 연구윤리 부분을 자문했다고 해명한다.

박 본부장 해명대로 논문 공여도가 충분하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해당 논문이 조작과 비리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실제 박 본부장 비판 여론도 이 부분에 집중된다.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당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물러났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 비판을 의식해 전적으로 사죄의 뜻을 밝히고 그간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었기에 매 맞는 것으로 대신했고, 그 이후에도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해 답답했다”면서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고, 여러 번 사과의 글을 썼으나 어느 곳에도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큰 충격, 과학기술계에 큰 좌절을 안겨준 사건이었기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사 파문을 마무리하고, 혁신본부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거 과오가 있더라도 박 본부장 능력과 역할을 인정해주자는 논리다.

김창우 한국기술사회 상근부회장은 “기술사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제도 개선을 요청한 것이 박기영 당시 보좌관”이라면서 “박 본부장이 다시 일선에 나와 그 당시 기획하고 구상했던 혁신체계를 완성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구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박기영 전 보좌관은 상당히 적합한 인사로, 우리 과학기술 발전에 중심 역할을 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도 “과학기술계가 박기영 교수를 선택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라면서 “현 정권과 가까운 분이 과학기술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별도로 임명취지를 설명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인사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 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으로, 과가 적지 않지만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임명 취지에 널리 이해를 구하며 과기계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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