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어 셀 기반 초고압을 측정하는 압력센서가 개발됐다.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가 고압용 압력센서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체와 액체가 지나가는 곳 압력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수치로 알려주는 장치다. 발전·화학·플랜트제어·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입 제품에 의존해왔다. 압력센서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코어 셀(Core-Cell) 제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압력센서 조직은 코어 셀, 베이스, 신호처리부, 외부 신호커넥터, 하우징으로 나뉜다. 원가 중 절반 이상을 코어 셀이 차지한다. 그나마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지 못하면서 원하는 물량을 제때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부 업체가 제품화에 성공했지만 양산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RIST는 절연막 관련 경험과 공정조건 기술을 바탕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제품 가격도 외산 대비 두 배 정도 낮췄다.
RIST는 가전 분야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프레온가스 대신 이산화탄소를 냉매로 이용하는 친환경 에어컨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어컨은 이산화탄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차갑게 만든 후 주변 공기를 식혀 찬바람을 내보낸다. 온도센서만 장착했던 일반 에어컨과 달리 고압용 압력센서 부착이 필수다.
RIST는 1500볼트를 흘려보냈을 때 1분을 견뎌야 하는 가전제품 내전압 조건을 통과했다. 'ZMD31150' 칩을 활용한 성능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평판형 코어 셀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기판 한 장당 생산량을 배 이상 늘리면서 가공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RIST는 포스코가 출연한 연구소다.
이경일 RIST 전문연구원은 “저압용 압력센서 시장은 이미 포화돼 있지만 고압용은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수입에만 기대는 상황”이라며 “코어 셀을 가전제품 기준에 맞게 설계하는 작업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자체 최적화 기술로 넘어섰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