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대규모의 선제적인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소비자 여론은 오히려 격앙되고 있다.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 가운데 4만원을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명품·여행 서비스에 배정하면서 '보상 탈을 쓴 마케팅'이라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해 꺼내 든 선제적 보상 카드가 오히려 역풍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쿠팡은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약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으로 총 1조685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피해자들은1월 중순부터 커머스 5000원, 배달 5000원, 여행 2만원, 명품 2만원 등의 구매이용권을 각 분야에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태 발생 한 달 만에 공개된 쿠팡의 보상안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공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적으로 소비자 피해 규모를 파악한 만큼 선제적인 보상안을 제시해 여론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른 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발표하다보니 사건 발생 두세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보상안이 발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이라고는 하지만 쿠팡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사태 발발 이후 쿠팡을 탈퇴한 '탈팡족'은 다시 가입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세부 구성 역시 소비자 실망감을 키웠다. 실질적으로 고객 이용률이 가장 높은 쿠팡 커머스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은 5000원으로 전체 보상액의 10%에 불과하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쿠폰을 합쳐도 체감 보상액은 1만원 수준이다.
반면 각각 2만원씩 배정된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는 쿠팡이 최근까지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카테고리로,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고관여 상품으로 구성된 여행·명품 전문관에 보상액의 대부분을 배정한 것을 두고 사실상 마케팅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쿠팡을 탈퇴한 한 고객은 “5만원 보상인 줄 알고 재가입 하려다가 멈췄다”며 “커머스만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결국 5000원 쿠폰을 내세워 재가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상대적으로 잘 안 알려진 쿠팡트래블, 알럭스 등은 이번 보상안으로 마케팅 효과를 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오는 30~31일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에서도 보상안의 적절성을 둘러싼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에 이어 이번 청문회 역시 불출석을 예고한 상태다. 사과문과 보상안을 연이어 내놓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던 쿠팡이, 어설픈 보상 설계로 되레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쿠팡 보상안에 대해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에 쿠폰 끼워팔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책임은 회피하고 위기마저 장사에 이용하려는 쿠팡, 어디까지 갈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