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의심을 걷어 내고 전기차를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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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 명예연구위원.

최근 유럽 자동차회사는 디젤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젤 게이트'라 불릴 정도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홍보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석유자동차의 몰락을 예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프랑스도 장관이 직접 나서서 2040년 이후엔 환경 친화형 자동차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외에서 디젤자동차는 판매 실적이 좋았다. 연료 효율성은 물론 클린디젤이란 이미지로 소비자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자동차업계가 '탈(脫) 석유자동차 정책'을 선언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엔진자동차보다 친환경 자동차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진국 자동차 업체는 엔진 기술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다. 한국도 기술 경쟁력 부족을 가격 경쟁력으로 만회했다.

그런데 이런 추적 전략에 변수가 발생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생산 체계로 전환하면 발생할 노사 문제 등 현실 문제로 주저하는데 선진국 자동차 업체는 이미 친환경 자동차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85%가 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친환경차 의무 할당제(제로 이미션 비클)' 같은 수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기차 생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돼야 한다.

국가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 전기차 에너지 효율성은 종합 평가해야 한다. 2020년까지 전기차 25만대가 보급되면 전력 소비량은 0.1%, 최대 전력 부하는 0.9% 각각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것이 에너지 전문 기관의 예측이다.

앞으로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긴 차량이 출시되면 외부 충전 수요가 감소, 최대 부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기차는 엔진 차량과 달리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 회수가 가능, 에너지 사용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석유 수입 구조를 전제로 하는 가운데 기존 에너지 산업 간 득실을 감안한 에너지 효율성 비교 평가는 국가 에너지 관리 차원에선 정도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 차원에서의 국제 사회 환경 책임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한국도 이산화탄소를 약 37%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경제 규모와 위상을 감안할 때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자동차 부문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전기차 보급 정책이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협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미국 내 자동차 제작사나 주정부가 기존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이유는 환경 보호라는 보편 가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교통 체계 전환 측면에서 자동차도 통행 행태와 교통 체계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최근 도시 내 이동 패턴이 크게 변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자동차 주행 거리와 보유 증가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았다. 최근에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평상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차가 필요할 때 빌리는 공유 서비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행 거리가 짧아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전기차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초기에는 구매보조금이 전기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엔진 차량 대비 10% 수준의 낮은 운영비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술과 지능형교통체계(ITS) 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배터리 기술 향상으로 주행 거리가 늘고 전기차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충전 불편도 해소될 것이다.

현실이자 미래인 전기차는 온실가스 저감과 대기 질 개선으로 더욱 깨끗한 공기를 가져온다. 새롭게 개편되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친환경에다 경제성 높은 전기차에 대해 의심을 걷어 내고 믿음을 주는 건 어떨까. 국내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 명예연구위원 skhwang@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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