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업인과 첫 호프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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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업인과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노타이' 차림에 시나리오 없이 '호프타임'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고 기업인 협조를 구했다. 중국 사드 배치 등에 따른 경제적 파장 등도 청취했다. 기업인은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 면서도 경영 애로사항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기업인과 만나 20여분간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미팅'을 갖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을 초청하는 식사를 해왔는데 정부로서는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다”며 “경제인에게 충분히 듣고 싶었다. 주어진 각본도, 정해진 주제도, 시간도 제한이 없다.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자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건배사로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 돼야 경제가 잘 된다. 국민 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했고 기업인도 “위하여”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마다 현안 질문을 던지며 기업은 물론 경제계 동향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것 같다”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는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권 회장은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정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은가”라고 거듭 물었고, 권 회장은 “전체적으론 안 줄었는데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질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겐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현항을 물었다. 금 부회장은 “고전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며 “입지 조건을 완화시켜주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건의했다.

이날 중견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는 “고용과 상속, 경영승계, 사회적 공헌 등 모든 분야에서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로 '갓뚜기'란 말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기업”이라고 격찬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실내 간담회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겸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산업 중요성을 언급하며 골목 상권과 노력할 것을 밝혔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며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 육성을 적극 제안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CD 관련 국산화를 위해 중소 장비 업체와 소재 업체 등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 정부 시절 파주공장 건설의 과감한 지원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1000억원 상생펀드 조성한 내용도 설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와 자율 주행차, 수소 연료차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관련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주요 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을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도 수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과 간담회는 28일에도 진행된다.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한진그룹)이 문 대통령을 만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틀 모두 참석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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