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9>이효리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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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제주도에서 사는 이효리가 4년 만에 컴백했다. 이효리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보다 눈가 주름이 늘고 피부는 탄력이 없었다. 화장으로 가린 얼굴에 거뭇거뭇한 잡티도 눈에 띈다. 공백기를 거치고 방송에 컴백하는 배우나 가수가 달라진 얼굴로 등장한 것과 대조됐다. '원조 여신 핑클' 출신이 아니던가. 어릴 때부터 있었다던 눈 밑 '한관종'이 도드라졌다.

한관종은 피부질환이다. 잘 없어지지 않고 잘못 치료하면 흉터가 생긴다. 설령 제거된 듯해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이효리가 매일 거울에 비친 한관종을 보는 일은 분명 스트레스일 것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나이 든다'는 것은 반가운 과정이 아니다. 그들은 얼굴을 가꾸고 관리한다. 어떤 가수 겸 배우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새 영화에 캐스팅될 때마다 얼굴부터 고쳤다. 더 예쁘게 더 젊게 보이려고 말이다. 그녀가 아름답고 젊게 보이려는 욕망을 탓할 생각은 없다. 아름다운 외모가 상품 가치로 평가되는 직업이니 오죽하겠는가. 나이 들어도 전성기 미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스타를 볼 때면 그들의 '관리 능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이자벨 위페르가 등장했다. 프랑스 '국민 배우'다. 나이는 예순 넷이다. 홍상수 감독 작품에 출연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얼굴과 목에 생긴 주름이 유난했다. 또래의 할리우드 배우나 국내 배우에 비해 더 늙어 보였다. 보톡스 한 방이면 감춰질 주름을 그녀는 왜 방치했을까. 한국에서 여배우 주름 방치는 유죄가 아니던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아닌 삶을 사랑했다.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라 '삶을 살아온 배우'를 선택했다. 배우이기에 얼굴 주름은 삶의 궤적이고, 노목의 나이테처럼 빛나는 관록의 면류관이 됐다. 주름진 얼굴에 감동이 흐른다. 보톡스로 없앨 일이 아니다.

할리우드 남자 배우 리처드 기어는 간간히 보이는 흰 머리카락을 방치했더니 멋진 로맨스 그레이 주인공이 됐다. 로버트 드 니로, 조지 크루니도 은발의 중년이다. 은빛 머리카락과 얼굴 주름은 성가신 세월의 흔적이 아닌 경륜과 원숙미다.

결혼 후 은퇴했다가 중년에 '비관리 자연 상태'로 컴백한 모 여자 연기자는 “그간 힘들게 살았다” “자기관리가 엉망이다”는 소리를 들었다. 불편한 시선에 시달리다 젊게 보이도록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머리카락이 세간의 화제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네티즌은 염색파와 자연파로 나뉘어 '남의 머리카락'을 성토했다. 배우도 아닌 평범한 사회인에게조차 '세월의 현상'을 방조죄로 물었다. 중후하고 멋있다는 쪽이 기선을 잡았지만 'let it be'를 못 참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주름과 '늙음'이 생겨야 한다. 예쁘고 젊고 역동적인 젊음 대신 여유와 판단,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생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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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까지나 늙지 않고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는 '만인의 연인'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를 게 없는, 같은 시대에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스타를 동경한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마법사 주문에 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병원, 어느 원장 솜씨가 제일'이라는 인증도 필요 없다. 우리 삶에 늙지 않는 피터팬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도댁 이효리 파이팅.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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