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풍력 산업계에 시장 확대 기대감이 고조됐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20%로 설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도 지난해까지는 서부텍사스유 기준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위축시켰지만 중장기로는 완만한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안팎으로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밝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풍력 산업계는 1998년 국내 1호 풍력발전기가 제주도에 설치된 이래 차츰차츰 성장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과제에 맞닥뜨려야만 했다.
풍력업계와 환경단체는 환경 보전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번번이 맞서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풍력발전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켜서 환경 보전과 에너지 생산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와 현재 조성된 천연 생태계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친다.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수라는 의견과 마구잡이 개발 방지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좀처럼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최근 계통 접속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풍력사업자가 점차 늘고 있다. 발전단지 조성 시 극심한 민원으로 말미암아 개발 단계부터 오랜 기간 발이 묶여 있는 사업이 육상풍력, 해상풍력을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다. 개발 기간이 장기화됨으로써 풍력발전 제조업체는 시장 확보 실패로 사업을 철수하는 추세이고, 발전사업자는 사업성 저하라는 또 다른 문제에 마주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사회 합의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출범 시점부터 풍력발전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회 합의 도출만이 과제로 남았다.
독일은 2000년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를 채택했다.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사회 수용성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했다.
독일은 국민의 90%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 주민이 적극 풍력발전 사업에 참여했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민원 문제 해결과 지방 재정 확충이라는 긍정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모범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우리나라 현실은 녹록지 않다. 풍력발전은 대규모 발전이 가능,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풍력발전 이해 부족으로 지역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 풍력발전기가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풍력발전 도입 시 주민 수용성 제고에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풍력발전에 최대 20%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 부여,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 보급을 시도했다. 주민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 여건 마련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특히 풍력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세계 추세다. 우리나라도 풍력에너지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풍력발전 우호 여론 확산과 함께 사회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발전사업자 및 유관 제조업체, 나아가 미래 약속 실현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영기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wind@kwe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