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전기자동차가 100만대 보급되면 원자력발전소 6기 수준 전력피크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방향 충전 시스템 구축 시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매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사용자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에너지 핀테크'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준석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IT리더스포럼' 강연에서 “전력역송이 가능한 전기차 기반 양방향 충전 시스템을 구축하면 전기차는 산업현장에서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전력 수요는 사람 이동 경로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기차는 움직이는 전력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전기차가 '동적 분산 마이크로그리드'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정돼 있는 전력 저장매체가 아니라 거리·지역 제한 없이 동적인 분산전원으로 활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기차에 저장된 에너지를 공공시설, 가정에 역송할 수 있는 V2B, V2H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닛산은 전기차 '리프(Leaf)'를 활용한 'V2H 시스템 파워스테이션' 개발해 최대 6㎾ 전력을 가정에 공급한다.
국내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는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매체로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한다. 한국전력은 현대자동차, 서울대학교 등과 전기차 전력 역송 기술 실증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비긴스 제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에너지 빅데이터 체계를 구성해 전력 역송이 가능한 배터리 교체형 충전시스템을 제주도에 구축했다.
박 교수는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면 전력피크 5700㎿를 저감할 수 있다”면서 “이는 1000㎿ 용량 원전 6기 수준에 해당하는 전력피크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태양광이나 풍력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맞는 에너지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전기차 전력 양방향 전송이 가능해지면 '프로슈밍' 기술이나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를 매매하는 '에너지 핀테크'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에너지 수요와 공급 체계를 분석하고, 싼 값에 충전해서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 교수는 “전기차 기반 에너지 프로슈밍이 가능해지려면 전기차 보조금 규모에 따라 시장규모가 정해지는 후진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해외처럼 세제 지원을 통해 소득세를 환급해주는 지원 정책을 펼치거나, 연비·배출가스 등 환경규제를 시행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게 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량을 내부에서 계량 인증하는 차량 탑재형 충전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