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발 4차 산업혁명 시작됐다…기술이 시장 만드는 세상 온다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완성차 시장에 중소기업도 독자 참여가 가능해졌다.

전기차는 가솔린·디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를 동력으로 쓴다. 대체로 연구개발(R&D), 제조 과정에서 진입 장벽이 낮다. 배터리, 전기모터 위주로 동력 구조가 단순하다. 전력·전자부품 모듈화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는 절반도 안 된다. 그만큼 일반 자동차처럼 복잡한 엔지니어링 기술도 필요로 하지 않은 데다 배터리, 전기모터 등 핵심 부품은 기성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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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미시스코 초소형전기차 'R3'.

전기차는 자동차에 최적화된 고성능 부품 간 조합만으로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신규 투자에 따르는 사업 위험도 줄였다. 엔진 자동차 시대에는 중소기업이 꿈도 못 꿀 완성차 제조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쎄미시스코와 대창모터스는 이 같은 전기차의 특성을 직시, 몇 년 전부터 자체 전기차 개발에 매달려 왔다. 두 회사는 기존 완성차 대기업과의 경쟁 최소화를 위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1차 타깃으로 정했다. 도심 근거리 이동이나 출퇴근 용도뿐만 아니라 배달, 경비, 시설관리 분야 등의 접근이 다소 용이한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중소기업이지만 기동력은 물론 안전과 편리성까지 기초 기술 확보를 위한 자체 경쟁력도 확보했다. 쎄미시스코는 자체 구조 설계 기술을 보유하며 설계·제작뿐만 아니라 차체 해석 등을 통해 최적화된 보디(프레임) 설계를 했다. 주행에 따른 무게 등 밸런싱을 위해 구조나 부품 조정 등 기술력도 갖췄다. 여기에 자체 얼라이먼트 측정 장비, 세미다이나모 장비, 전조등 시험기, 사이드슬립 검사 장치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안전 주행 실험을 통한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2010년 골프 카트 시장에 진출한 대창모터스는 국내 최초로 배달 전용 전기카트를 한국야크루트에 공급했고, 지난해엔 미국에 700여대 저속전기차를 수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초 초소형 전기차를 완성했다. 자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 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핵심 강점이다. 전력제어 기술에다 완성 전기카트 등에서 축적한 여러 엔지니어링 기술로 주행 성능 등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했다. 발빠른 시장 대응력을 앞세워 대기업 초소형 전기차의 단점인 에어컨이나 경사로밀림방지(HAC) 등을 장착, 편리성을 높였다.

중소기업의 완성형 전기차 성패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마케팅 대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자동차는 '브랜드'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가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자동차는 '가성비'를 내세워 틈새시장 위주의 시장 공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유명 완성차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수요 창출을 노리는 쪽이 유력하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렌터카 시장이나 근거리 택배와 같은 기업간거래(B2B) 시장 등이 타깃일 수 있다. 중소기업이 만들고 대기업 브랜드를 붙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전기차도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에다 커넥티드·자율주행차까지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격변이 예상된다”면서 “기존의 완성차 생태계 이외에 다양한 기회와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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