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원자력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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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공사 일시 중지 배경을 설명했다. 많은 질문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불신임 여부에 모아졌다. 사실 청와대의 원안위 신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외부에서 보기엔 청와대의 원자력 관계자에 대한 신임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불신임은 규제 기구인 원안위를 넘어 산업 육성을 담당한 산업통상자원부, 안전 여부를 감시한 원자력안전기술원, 실제 사업을 한 한국수력원자력까지 모든 원전 관련 조직을 향했다. 이들은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라는 오명과 함께 죄인 취급까지 받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 공무원은 사명감으로 일했다. 원자력 업무는 알아주는 '3D 직종'이다. 업무를 떠나고 시작하는 사람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욕을 듣는 건 기본이요, 공청회 때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날린 주먹에 얻어맞기도 했다. 감정 실린 호소에 이성 넘치는 언어로 대응하며 분을 삼켰다.

결과는 어떤가. 반핵 단체는 차치하고라도 행정 수반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 원자력 산업을 키우고 원전 건설을 늘린 것은 성과에서 과오로 바뀌었다. 이제는 언행도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말 한마디마다 저의를 의심받는다.

새 정부는 과거 정권이 한 일이 마음에 안 찰 수도 있다. 원전 정책도 바꿀 수 있다. 다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도 이어질 원자력 공무원들의 노력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원자력 공무원은 순한 양처럼 새 정부의 뜻에 따를 것이다. 아닌 것 같아도 조용히 넘어가려 할 것이다. 지금 분위기가 그렇다. 원자력 공무원이 조금이라도 원전 친화성 발언을 하면 집중포화를 맞는다. 새 정부가 원한 것은 직언하는 충신이겠지만 원전 분야에서는 바라기 어려워졌다.

혹시라도 그들이 마지막 사명감으로 직언한다면 질책하거나 잘못됐다고 하지 마라. 민주주의는 잘못됐다는 말보다는 다르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지금 정부의 원전 정책이 과거와 다른 것처럼.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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