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대 그룹과 첫 대화상대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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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와 국내 4대 그룹 간 첫 대화에 나선다. 4대 그룹과 새 정부 간 첫 회동을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가 아닌 공정위원장이 추진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위원장과 4대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간 만남은 이번 주에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김 위원장이 재계와의 첫 대화 상대로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의 강한 재벌 개혁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4대 그룹과 만날 계획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 취지를 설명하고 정책 방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자리”라면서 “정부와 재계 간 대화를 스타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4대 그룹인 삼성·현대차·SK·LG와의 공식 회동 계획을 보고해 승인 받았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이번 주에 만날 계획이다.

4대 그룹에서는 총수가 나올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에서 누가 나오면 좋을지) 희망은 전달했다”면서 “총수냐 전문 경영인이냐 관심이 있겠지만 그것은 확정되면 말씀 드리겠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과의 첫 대화 상대로 자신이 나서는 이유에 대해 “6월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기업인이 참석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재계 인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부총리가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어쩔 수 없이' 나섰다기보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첫 대화 상대로 김 위원장이 나서서 자연스럽게 재벌 개혁의 의지를 보여 주고, 기업 스스로 위법 행위를 억제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을 몰아치듯, 때리듯 진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4대 그룹에) 분명히 말할 것”이라면서도 “기업도 스스로 사회와 시장 기대에 맞게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길 희망한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바람이나 사회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반복하는 기업이 있다면 (우선은 시정을) 촉구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 이어진다면 공정위를 비롯한 행정부는 갖고 있는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은 분명하다”며 의미심장한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4대 그룹 만남과는 별개로 대기업 대상의 불공정 행위 점검은 지속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으로부터 내부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위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 조사를 거쳐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20일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찾아 대기업 일감 몰아 주기 규제 적용 기준 개정과 관련, 논의한다. 지금은 일감 몰아 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의 지분 20%(상장사는 3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이지만 지분율 기준을 낮춰 규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 개혁 정책 추진의 핵심 역할을 할 공정위의 기업집단국 신설에 대해서는 “7월 하순께가 돼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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