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범이 무산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이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1년여만에 독일에서 헌법소원이란 '복병'을 만났다. 독일의 한 시민이 유럽연합(EU) 차원의 단일특허(UP) 도입과 통합특허법원 설립이 뼈대인 통합특허법원협정(UPCA)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독일 의회의 협정 비준 절차도 중단됐다.
지식재산매체 WIPR 등 외신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인터넷매체 리걸트리뷴온라인을 인용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의 한 시민이 요청한 헌법소원심판에 돌입하면서 독일 의회의 통합특허법원협정 비준 절차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 대변인은 청구인과 헌법소원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만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이어 독일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이 통합특허법원 설립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미 합작 대형 로펌인 호건로벨스 소속 한 변호사는 “독일이 협정 비준을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단일특허 계획 추진에 연쇄반응을 불러 통합특허법원 출범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합특허법원 운영을 시작하려면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을 반드시 포함한 13개국이 협정을 비준해야 한다. 현재까지 프랑스 등 12개국이 비준했지만 영국과 독일이 미루고 있다. 비준을 완료한 국가는 프랑스 외에 네덜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몰타, 불가리아, 벨기에,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핀란드 등이다.
이미 지난 7일 유럽통합특허법원 준비위원회는 영국 등의 협정 비준 지연으로 올해 12월 출범 예정이던 통합특허법원 운영 시점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브렉시트 투표 이후 불투명했던 통합특허법원 운영 시점을 올해 12월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77년 유럽특허청이 도입한 기존 '유럽특허'는 특허 출원(신청)은 단일화했지만, 등록·소송 절차 등이 개별국에서 진행돼 진정한 단일특허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려는 단일특허 도입·통합특허법원 설립 움직임이 2013년 본격화됐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통합특허법원은 출범도 못하고 좌초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은 지난해 11월 예상을 깨고 올해 12월 통합특허법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비준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등으로 가시적 진전은 없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협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독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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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