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 화학자 프레더릭 소디는 종류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원소들은 주기율표에서 같은 원자번호를 사용, 동위원소라고 부른다. 동위원소 가운데 방사선이 있는 것을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한다.
자연계에는 방사선을 방출해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는 방사성동위원소도 있지만 인위로 만든 방사성동위원소도 있다. 핵분열 반응으로 만든 것도 있고 원자로나 사이클로트론 등 가속장치를 이용한 핵반응에 의해 생긴 것도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붕괴 방식이 각각 다르지만 방사선을 방출해서 안정된 동위원소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
베타전지는 여러 종류의 방사선 가운데 베타선을 내보내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다. 방사성동위원소 가운데에는 베타선뿐만 아니라 알파선, 엑스선, 감마선, 중성자선을 방출하는 것도 있다.
배타선을 방출하는 대표 방사성동위원소가 니켈(Ni)-63, 스트론튬(Sr)-90, 트리튬(H)-3이다. 이들 방사성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내보내면서 원래 있던 방사능의 양이 절반으로 줄일 때까지 걸리는 반감기가 각각 100.1년, 28.8년, 12.3년이다. 반감기는 베타전지의 수명을 결정한다. 반감기가 긴 동위원소를 사용할수록 전지 수명도 길어진다.
베타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 붕괴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다. 원리는 대체로 간단하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내뿜는 베타선인 전자를 반도체에 충돌시켜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외부 동력원이 필요 없는 소형 자가발전기라고 보면 된다.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해서 충전해야만 쓸 수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와는 원리가 다르다.
베타전지 수명은 방사성동위원소 반감기도 중요하지만 전지를 구성하는 반도체 등 소재의 수명이 크게 좌우한다. 반감기가 100년인 동위원소를 사용하는데 수명이 50년인 베타전지라고 말하는 이유는 전지를 구성하는 시스템 수명 기술이 아직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다.
베타전지는 수명이 길지만 극한 환경에서도 전력을 안정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다. 일반 전지의 수명은 온도 등 주변 환경 영향을 많이 받지만 베타전지는 그럴 걱정이 없어 우주나 심해, 재난 지역 등 극한 환경에서 구동해야 하는 각종 장비에 효율 높게 사용할 수 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