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기후협정 탈퇴...세계 각국 일제히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파리협정은 존폐 기로에 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Photo Imag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미 백악관 홈페이지)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195개 참가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협정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해 9월 비준했으나, 9개월만에 백지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했고 지난 3월에는 탄소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파리협정이 중국과 인도에 관대하고 미국에 불공평하며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탈퇴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건설·군수·자동차 업계 지지를 받아온 만큼 이들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라는 해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핵심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동부 산업 지대)'의 일반 노동자들에 약속했던 굴뚝 산업 부흥을 이루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대신 미국과 국민에게 도움되는 더 좋은 조건의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정한 협정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안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기후협장 관련 추진할 의사가 강하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파리협정을 비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도중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유엔 역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심각할 정도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국제적인 협력의 주춧돌”이라며 “협정에서 제시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