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신설에 따른 부처 간 세부 업무 조정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중기벤처부가 문재인 정부의 간판 부처격으로 떠오르면서 타 부처가 갖고 있던 업무를 어느 정도 이관하는가를 놓고 부처·기관 간 신경전이 불가피해졌다.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활성화라는 부처의 신설 취지를 살리되 타 산업 정책을 훼손하지 않는 최상의 조율점을 찾는 것이 과제로 지적됐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능이다.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시 해당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산하로 편입, 수출 지원 기능을 일원화할 것을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KOTRA의 수출 기능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업무와 겹친다는 것이다. 중기청은 이 때문에 해외시장 조사, 바이어 조사, 무역사절단 파견, 해외 판로 지원 등 대다수 사업이 중소기업 지원 사업인 만큼 중기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이관해야 업무 중복을 줄이고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KOTRA 업무가 중소기업 수출 지원뿐만 아니라 해외 산업 협력, 투자 유치 등으로 다변화됐다며 중소기업 업무만 부각시켜서 중기벤처부로의 이관을 주장하는 것은 조직 개편 논리에 부합하지 않고 효율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출 지원 업무가 단순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마케팅, 연구개발(R&D), 해외 인증, 인력 양성 등 산업 정책 전반이 융합된다는 점에서 중기벤처부의 고유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 업무는 KOTRA 외에도 업종과 부처별로도 산재해 있다”면서 “단편의 산하기관 통합 논의에 앞서 부처 간 역할과 기능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줄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중기부로의 이관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신·기보 두 기관은 현재 기재부가 예산을 확정하고 금융위원회가 업무감독권을 갖는다. 예산은 중기청을 통해 신·기보에 집행된다. 감독과 예산 집행이 분리돼 있는 구조다.
중기청은 두 기관이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금융 시장에서 자생해서 금융을 중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부 정책 금융을 보증,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데 주목한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이 금융 중개 과정에서 예금주나 투자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 만큼 신·기보와 같은 기업 지원 기관을 굳이 감독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논리다. 중기청은 신·기보를 중기부 산하로 이관, 감독에서 집행까지 중소기업 정책 자금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신·기보를 사실상 금융회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재무 상태 등을 평가해서 대출·보증을 해 주는 기관인 만큼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만큼 자금의 투명한 집행 등을 살펴야만 '눈먼' 자금 유출을 막고 세금을 효율 높게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산업부의 지역산업 정책 기능도 중기부 이관 대상에 오르내린다. 중기청은 산업부가 17개 지역 테크노파크를 통해 시행하고 있는 지역산업 정책이 궁극으로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봤다. 큰 틀에서 중기부로 이관, 기업 지원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이를 두고도 반론이 많다. 지역 산업을 중소기업에 특정해서 바라볼 경우 제대로 된 육성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부의 역할은 중소기업을 적시에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정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 인력, R&D, 수출, 마케팅 5대 기능을 통합·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