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석탄화력의 조기 폐기 계획을 밝혔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 우려가 커지면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대상이 됐다. 원전과 석탄화력 중심으로 운영된 국가 에너지 체계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이에 앞서 공약을 통해 원전과 석탄화력의 단계 감축을 예고한 상황이다. 노후 석탄화력의 조기 폐기는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다.
논란은 남아 있다. 석탄화력의 미세먼지 주범 여부, 노후 석탄화력 폐기 효과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원전과 석탄화력 감축은 언젠가 꺼내야 할 뜨거운 감자였다. 신기후체제가 도래하면서 감축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정부도 이를 예감했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규 원전 용량만 추가하고, 불확실한 설비이던 석탄화력 2개 사업을 취소한 것이 그 방증이다. 지난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수급 체계에 대비하기 위해 펄펄 끓던 냄비 뚜껑을 열었다면 새 정부는 그 안의 감자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10기의 노후 석탄화력 조기 폐기는 현 국가 전력 수급 상황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체 국가 발전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최근 지어진 고효율의 신규 발전소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원전과 석탄이 전력 계통에서 빠질수록 점점 더 높은 가격의 발전소가 진입한다.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린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회 합의가 가능한 전기요금 수준에서 기간별 원전과 석탄의 최소 및 적정 유지 수준까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요금 상승분의 공기업 부담 마지노선, 액화천연가스(LNG) 중심 공급 체계에서 가스 수급 문제와 스폿 물량 확보 여부 등 생각해야 할 시나리오가 수없이 많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미래 전력 사용량을 예측, 공급 설비 확대 계획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발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고, 사회가 어느 선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단계별로 일상생활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감안해야 한다. 새 정부의 첫 에너지 로드맵이 될 8차 전력수급계획의 숙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