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 아닌 낮은 사람 되겠다…불행한 역사 종식시키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 국민과 우리 사회에 던진 키워드는 '빈손' '혁신' '소통'으로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구시대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겠다는 의지에서 빈손으로 퇴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나간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혁신만이 살 길임을 분명히 했다. 여러 난제를 풀어 가는데 국회나 반대 진영과의 적극 '소통'이 열쇠라고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면서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깨끗한 대통령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관련기사 2, 4, 5, 6, 7, 8면
대통령 권한 분산, 권력기관 정치적 독립, 재벌 개혁과 구시대 관행 청산 등 개혁 각오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졌다. 선거를 계기로 불행한 역사는 종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면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힘줘 말했다.
협력, 소통에 대한 강한 의지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안보 위기와 관련해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면서 “필요하면 곧바로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여건이 되면 평양에도 가겠다.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돼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 따스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취임사를 맺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중앙선관위원회의 19대 대선 개표 결과 의결에 따라 군 통수권 등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법적 권한을 넘겨받고 임기 5년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어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당 지도부를 예방하고 '협치'와 '소통'의 첫발을 내디뎠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