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더 똑똑한 AI 음성비서 ···제2의 '안드로이드'를 부푼 꿈

Photo Image

삼성전자가 '빅스비(Bixby)' 서비스를 개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음성비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력을 가름하는 주요 척도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간 국내 AI 음성비서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처럼 AI 음성비서 역시 플랫폼화를 통한 선점 여부가 우열을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빅스비 vs 어시스턴트 vs 시리

삼성전자, 구글, 애플이 선보인 AI 음성비서는 음성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준다는 점은 유사하다. 그러나 서비스 면면을 살펴보면 각각의 색깔은 뚜렷하다.

삼성전자 빅스비는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S8, 갤럭시S8 플러스에 처음 적용된 AI 음성비서다. 세계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AI 음성비서다.

빅스비는 음성 인식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기본 기능 외에 사물 인식(머신 비전) 기능을 탑재, 차별화를 꾀했다. 물건을 촬영하면 검색 엔진을 통해 유사한 제품을 보여 주거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 관련 상품 구매를 돕는다. 촬영된 이미지 속 텍스트만 따로 추출할 수 있고, 40개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하다. 텍스트를 일일이 타이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셈이다.

경쟁사보다 서비스 시기가 늦어서 축적된 데이터가 적다는 게 약점이다. 딥러닝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사용자와 기기 간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게 강점이다. 이용자가 “미국 대통령이 누구지”라고 물으면 어시스턴트는 “도널드 트럼프”라고 답한다. “그의 생년월일은”이라고 물으면 “1946년 6월 14일입니다”라고 반응한다. '그'가 트럼프라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어시스턴트는 지난해 12월 구글이 자체 개발한 픽셀폰에 처음 적용됐고, LG G6를 통해 지난 3월 국내에 첫발을 내디뎠다. 다만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국내 이용자에게는 사실상 의미 없는 서비스나 마찬가지다.

애플 시리는 2011년 10월 아이폰4S와 함께 등장했다. 당시에는 단순한 음성 인식 서비스 수준이었지만 수차례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AI 음성비서 서비스로 발전했다.

시리는 오랜 기간 서비스를 한 만큼 방대한 사용자 이용 정보와 패턴 등 데이터를 축적했다. 아이폰 이용자에게는 친숙한 서비스로, 다른 AI 음성비서 서비스보다 활용도가 월등히 높다. 가장 많은 17개국 언어를 지원한다는 점도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요인의 하나다.

다만 시리는 외부 서비스와 연동하는 개방형 AI 플랫폼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생태계 확장 범위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연동할 계획이다. 구글은 AI 스피커 외에 TV와 자동차에도 어시스턴트를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외연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Photo Image
삼성전자 갤럭시S8에서 AI비서 빅스비가 구동되고 있다.

◇무엇을 위한 AI 음성비서 패권 다툼인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AI 음성비서가 탑재된 기기의 영역 확대에 몰두하는 것은 기존에 활용하던 텍스트 입력, 터치, 원격 제어 등과 같은 입력 또는 제어 장치보다 음성 명령이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스마트폰 이용 패턴이 터치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도권 확보가 절실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AI 관련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등장으로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듯 AI 음성비서 확산은 향후 하드웨어(HW) 기기 산업 발전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PC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모바일 시대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각각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주도했다면 AI 시대에는 AI 음성비서 시장 주도자가 ICT 산업을 이끌 가능성이 짙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ICT 생태계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핵심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AI 음성비서 패권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0년 모바일 OS 생태계 선점 경쟁이 재현된 듯하다. 애플이 iOS로 스마트폰 생태계 선점에 나서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제조사들이 모바일 OS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했다. 안드로이드는 7년이 지난 시점에도 모바일 OS 점유율 80%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IITP는 “AI 음성비서가 결국 언어 중심 서비스인 점을 감안할 때 세계 공용어인 영어 기반 서비스가 글로벌 생태계 장악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 “국내 업체가 글로벌 생태계 구축·확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기반 음성비서에 대한 확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어·중국어 등 이용자 비중이 큰 언어를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이나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해는 AI 음성비서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음성비서 중심 생태계 구축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한편 국내 AI 시장 규모가 올해 6조4000억원에서 2020년 11조1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