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안보 관련 주제는 언제나 치열한 공방의 불씨가 됐다. 이번에도 역시 후보 간 공약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 중 앞서 달리는 5인의 유력 주자도 외교·안보 분야에서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 자신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반도 안보 위기를 타개하고 평화 체제를 불러올 적임자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접근법은 180도 다르다. 대북 압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굵직한 현안 앞에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며 확실한 색깔 차이를 드러냈다.

◇'안보대통령' 한목소리, 해법은 제각각
각 당 대선주자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바탕을 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겠다는 공통 공약을 제시한 것을 제외하면 대북 압박, 협상 등 방법론을 두고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북한 핵·미사일 동결을 끌어내고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까지 이뤄낸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단계적·포괄적'으로 대북 이슈에 접근하고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남북 경제를 통합해 시장을 단일화한 뒤 점진적 통일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동해와 서해, 중부지역에 '한반도 신경제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밝히는 등 '포용'을 전제로 한 공약이 대부분이다. 개성공단은 계획대로 규모를 확장해 남과 북 일자리 창출의 창고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해 국민과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신중한 입장도 보였다.
안 후보는 6자회담 재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 평화회담 주도를 공약했다. 북핵 동결, 핵실험 유예, 핵·미사일 폐기 추진은 문 후보와 유사하다.
또 대북제재를 지속하면서도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비핵화와 평화를 전제로 문화·학술·종교·체육 교류와 인도적 지원도 재개한다.
심 후보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 '한반도 평화선언을 위한 4국 정상회담'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이명박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차단한 '5·24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약속했다.
보수권 집결을 위해 안보공약에 무게를 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질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고 '전술핵' 등으로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을 밝혔다.
홍 후보는 모든 가능한 제재를 활용해 비핵화를 추진하고 북핵에 맞서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는 사드를 추가 도입해 북핵 위협을 무력화하고 미군 핵전력을 한·미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홍·유 후보는 적극 찬성하는 반면에 문 후보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요 대선주자 다섯 명의 공약은 색깔은 분명하지만 세부 실천방안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따른다. 후보 모두 주변 4강 국가와의 맞춤형 안보전략을 얘기하면서도 세부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지만 현재 정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외교·통상 전략은 상대적으로 '후순위'
외교·통상 분야에서는 각 후보가 뚜렷한 공약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각 캠프는 “외교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도움이 안 되는 사례가 많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공약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비판도 따른다.
문 후보는 미국과는 군사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바탕을 둔 전략적 유대를 지속하고 중국과도 고위급 전략경제대화(SED)를 활성화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통상 분야에서도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외교 역량을 강화해 국익에 앞장선다' '공공외교 강화와 전략적 추진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확산시킨다'고 공약했지만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자 안보·경제 공동체를 통합한 '동북아 플러스 책임 공동체' 구축 공약도 아직 알맹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 후보도 '선진 통상 외교'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다. 고부가가치형 산업 국내 유치를 위한 FTA 추진 등 세부공약에 '어떻게'가 빠져있다는 평가다.
홍·유 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한반도 전술 핵무기 재배치' 등 고강도 공약을 제시했지만 떼어 놓을 수 없는 중국의 무역 보복 등에 대한 해법과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심 후보가 가장 구체적 공약을 제시했다. 한·미 FTA 독소 조항 폐지, 불공정 무역협정 개선, 무역이득공유제를 활용한 통상 이익 재분배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보호주의를 기치로 내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맞불'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