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트리맨은 '작은 차'를 추구하는 미니 브랜드에서 돌연변이로 통한다. 4m 넘는 전장과 1800㎜에 가까운 전폭은 '작은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니 '마니아'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깨트렸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2010년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54만대가 판매돼 미니 전체 판매량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2011년 1세대 판매 후 지난해까지 1만1039대 판매됐고 2014년 한 해에만 2248대 팔리며 전체 판매 34% 이상을 차지했다.
미니는 최근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있다. 작고 앙증맞은 브랜드가 아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2015년 출시한 2세대 '클럽맨'이 그 시작을 알렸고 최근 출시한 2세대 컨트리맨은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한다. 미니는 2세대 컨트리맨 크기를 키우고 실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치장했다. 트렁크 공간도 넓혀 '패밀리카' 자격도 갖췄다. 물론 미니 특유 '고카트' 주행감각은 유지해 다른 변화에 대한 수용 폭을 넓혔다.
27일 2세대 미니 컨트리맨 SD 모델을 타고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를 출발해 미단 시티, 왕산 마리나를 다녀오는 왕복 50㎞가량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미니 컨트리맨 온로드 주행성능, 고속 안정성, 연비, 실내 공간 활용성 등을 점검해볼 수 있었다.
2세대 미니 컨트리맨은 BMW 콤팩트 SAV 'X1'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이에 따라 전장은 4299㎜로 이전 모델 대비 199㎜가 길어졌다. 폭과 높이도 1822㎜와 1557㎜로 각각 33㎜, 13㎜씩 확장됐다. 뒷좌석은 앞뒤로 최대 1300㎜ 움직일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크게 개선됐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50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139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차급이 기존 소형 SUV에서 콤팩트 SUV로 한 단계 높아졌다.
외관은 미니 컨트리맨 고유 디자인적 특징인 독특한 헬멧 루프, 곧게 선 테일램프,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커다란 헤드라이트 등이 기존 모델보다 뚜렷해졌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루프 레일링이 실버 색상의 사이드 스커트와 조화돼 차고를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했다. 후방부는 주로 수평 라인으로 처리하면서도 테일램프를 수직으로 배열해 대조적으로 더 뚜렷한 인상을 만들었다.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 공간도 여유가 생겼다. 기어박스와 센터콘솔이 커지면서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더 이상 팔을 부딪치지 않게 됐다. 단점으로 꼽혔던 컵홀더도 넉넉해졌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하단 수납공간도 넓어져서 스마트폰 2개도 거뜬히 수용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3세대 미니쿠퍼 이후 적용되는 최근 미니 인테리어 정체성이 반영됐다. 센터페시아, 클러스터 페시아(계기판), 스티어링휠 등 동그란 모양을 주요 테마로 했다. 슈퍼카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토글 스위치' 시동 버튼도 적용됐다. 전체적인 마감재도 고급스러운 플라스틱과 가죽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미니 브랜드 최초로 8.8인치 터치 스크린이 적용됐다.
이번에 시승한 컨트리맨 SD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4기통 2.0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여기에 자동 8단 스포츠 스텐트로닉 변속기가 맞물려 빠르게 반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속도까지 7.4초 만에 도달하는 주행성능은 커진 덩치가 단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BMW드라이빙센터를 출발해 영종도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정숙성'이다. 기존 컨트리맨은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과 진동이 심해서 NVH(소음·진동)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2세대 컨트리맨은 저속주행에서 노면음과 엔진음 유입정도가 크게 줄었다. 스티어링휠이나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도 감소해 주행에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뒷좌석에 앉으면 진동은 더욱 작게 느껴져 동승자들도 만족할 만한 승차감이었다.
고속주행에서는 과연 '컨트리맨' 다운 주행성능을 보였다. 서스펜션은 기존보다 조금 부드러워졌다. 노면 감각이 스티어링휠에 전달되는 느낌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서스펜션의 리바운딩(rebounding) 성향을 부드럽게 세팅한 덕분이다. 하지만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가거나,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에서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이는 노면과 주행상황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ALL4'가 작동하는 것도 한몫했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연비는 14.6㎞/ℓ를 기록했다. 복합기준 공인연비 13.1km/ℓ보다 우수했다. 판매가격은 5540만원으로 다소 높다. 경쟁모델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GLA(5190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다. 하지만 미니 브랜드 특유 감성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