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주행 전기차 배터리가 원래 성능 86% 유지…보장기간 갑절은 쌩쌩

3년 동안 10만㎞를 주행한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원래 방전 능력의 86%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론적으로 한 배터리로 누적 20만㎞ 이상 달릴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해당 전기차 제조사가 규정한 배터리 보장 수명(10만㎞)보다 갑절 이상 길다. 전기차 배터리가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방전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풀어 줄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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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 연구원이 중대형배터리 실험실에서 SM3 Z.E. 전기차 배터리 커넥터 연결 시험을 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의뢰해 누적 9만4308㎞를 주행한 르노삼성 전기차(SM3 Z.E.) 배터리 충·방전 성능 시험을 한 결과 원래 배터리 대비 방전 에너지 용량과 방전 용량이 각각 86.37%, 85.84%로 나타났다.

시험에서 같은 규격 신품 대비 배터리 용량과 에너지 용량은 약 14% 줄어드는데 그쳤다. 배터리 성능 저하 비율은 통상 30% 정도만 남았을 것이란 업계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전기차·배터리 업체별로 배터리 내구성이나 수명을 자체 시험한 적은 있지만 정부 공인시험기관을 거쳐 검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 전기차업계가 보장하는 배터리 수명은 누적 10만㎞ 전후, 르노삼성 역시 배터리 보장 수명을 10만㎞ 주행에 배터리 성능 저하 30%로 각각 명시했다.

시험 대상 차량 배터리의 물리적 용량(정격용량 22㎾h)은 출고 당시 27㎾h이고, 시험에선 22.5㎾h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22㎾h 배터리의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135㎞인 것을 고려하면 이 배터리로도 거리 손실 없이 신차 수준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스마트폰 등 일반 전자제품 충전 패턴과 다른 전기차의 충전 특성이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보통 휴대형기지 배터리는 잔량이 거의 다 닳았을 때 충전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잔량이 30~40%일 때 70~80%까지 충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개별 배터리가 감당해야 할 충방전 처리 역할이 완만해지면서 수명 저하 속도를 늦춘 것이다.

박철완 박사(전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전지연구센터장)는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충전 패턴이라면 배터리 성능 감소는 더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기차 가격이나 배터리 감가상각, 배터리 재활용 등 부문에도 이번 시험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험 차량은 LG화학 배터리를 썼으며, 2014년 1월부터 35개월 동안 카셰어링 차량으로 운영됐다.


【표】르노삼성 SM3.Z.E 배터리 시험 결과

자료:K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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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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