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카오스'다. 워낙 얽히고설킨 것이 많아서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얽히고설키는 데에도 물리학 이론이 있다. 어떤 조건에서는 얽히고설킴이 사라지고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존재한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이론이다. 반대로 또 다른 어떤 조건에서는 아무렇게나 얽히고설키는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현상이 있다. 윌슨의 '재정규화' 이론이다.
윌슨이 말하는 또 다른 어떤 조건은 인문사회학적으로 '홀로 서는 것'이지만 '개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자가 구김 없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세상은 틀에 박힌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라 생각, 의견,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것이다.
개성이 강해지는 세상으로 변해 가는 '개성빅뱅'이 다가오고 있다. 개성빅뱅 시대를 미리 감지한 세력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무한한 개성의 깊이를 읽어 내고, 그 개성의 깊이를 연결한다. 또 개성에 개성을 더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게 변화를 유도하며,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 사회 전 시스템을 고도로 지능화된 유기체와 같은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그 위에 유·무형의 다양한 가치가 교환되고 재가공돼 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치를 더해 교환되는 '개성 있는 생태계'를 창출해야 한다. 어렵다면 일부분이라도 파고들게 해야 한다.
더 이상 대량 생산 체제에 의한 판매와 소비, 시장을 운운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규모 광고 물량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만들어 눈에 보이는 시장에서 파는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는 국부 창출에 한계가 있다.
다가오는 세상은 직접 타인과 관계하지 않더라도 지능화되고 연결된 사물과 환경 관계를 통해 경험, 지식, 가치가 매개되는 세상이다. 사람들 의식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의 모든 것은 '숫자'로 '데이터화'되고 '정보화'돼 넓어진다. 또 그것이 '의미화'돼 깊어지는 세상 속에서 살게 된다. 인간 의식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놀라운 세상이 도래함을 의미한다.
1차원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시대의 종말이다. '새로운 경제 구동 시스템'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넘어 '깊이'의 경제가 작동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깊이의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범위의 경제 플랫폼의 어깨에 올라타는 전술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 플랫폼을 수단화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모든 것의 출발은 깊이의 경제 플랫폼이다. 거대한 장터를 만들고, 상상을 초월하는 상가를 만들고, 고객 감성에 젖어들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기한 경험을 만들어 주는 '초실감', 직관적인 연결을 부르는 '초연결', 척 보면 알아채는 '초지능'의 융합체인 '디지털지능'이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시장 생태계 엔진인 셈이다.
다가오는 세상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세상이다. 통찰력이 있는 선각자는 세상을 움직이는 기저에 뭔가 큰 변화가 있음을 미리 논하곤 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런 세상의 DNA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지능정보사회로 가는 길을 차분히 닦아 가고 있다.
모든 국가 시스템을 고도로 지능화시켜서 유기체적인 지능정보사회 건설을 하루빨리 앞당기는 실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부족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협력적 창의성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한 때다. 그 실천 끝에는 경제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서적 넉넉함도 함께 누리는 개성 만점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ssl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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