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 기술규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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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횟수는 2289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TBT 증가는 미국이 이끌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0일까지 432건의 TBT를 통보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은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2건을 기록했다.

중국 TBT 통보가 몇 십 건에 불과한 것은 일견 의아하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 식품, 화장품, 의료기기를 수출하려면 받아야 하는 인증 부담을 만리장성처럼 높게 느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호무역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 규정 통보를 회피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2009년에 TBT 201건을 통보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통보 건수만 내왔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WTO조차 중국의 TBT 공식 통보가 전체의 약 40%로 여긴다”면서 “중국의 공식 통보 외 비공식 규제는 사실상 파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관련해 중국은 교묘하게 우리 기업에 어깃장을 놓았다. 우리 중소 가전업계를 대상으로 취한 중국의 조치는 명확한 기술 장벽과 달랐다.

우리 정부는 중국 조치 '강대강 대응'보다 '차분한 대응'을 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로 우리 기업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WTO TBT위원회에서 중국 상무부에 TBT 해소, 국제 규범 준수를 촉구했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문제를 전면화하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양자 협의로 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 국민이 보기에는 정부의 움직임이 답답할 수 있다. 줏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강한 압박과 호통만 능사는 아니다. 명확한 논리와 차분한 대응이 오히려 강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TBT위원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신에너지 차량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주변국과 협조, 국제 규범을 바탕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중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넘는 방법일 것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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