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경쟁의 종말과 플랫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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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거시 환경 변화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폭풍이 거세다.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이라는 극단적 환경(VUCA)이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아래 '초경쟁(hyper-competition)'과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전력산업계를 포함한 전 산업에 퍼펙트 스톰이 불고 있다. 시시한 경쟁은 이미 종말을 고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중심의 20세기 산업 사회에 존재하던 기존의 경쟁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초경쟁 환경이 도래했다.

초경쟁은 리처드 다베니 교수가 처음 제안한 용어다.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경쟁의 본질 자체가 바뀜에 따라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경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플랫폼 경쟁이다. 1800년대 초반에 기차역이라는 플랫폼을 만든 후 산업혁명이 촉발됐고, 아이팟 및 아이폰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다. 플랫폼은 다양한 비즈니스 주체를 연결시켜 주는 인터페이스인 동시에 거래가 이뤄지는 마당이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5개가 플랫폼 기업일 정도로 초연결 사회에서는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플랫폼에서 비즈니스와 가치가 창출된다.

애플, 구글, 아마존,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플랫폼 확보를 통한 시장 독식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이 창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의 창의력을 더했고,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후방 연관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스마트폰 운용체계(OS)인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응용 프로그램인 앱 및 스마트폰 제조회사를 끌어들인 것이나 거대한 제조기업이던 제널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가 공장자동화(FA)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시장에서 거세게 맞붙은 것이나 국내의 이동통신 3사가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LoRa 등) 상용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하는 것 등은 모두 플랫폼 선점을 위한 경쟁이다. 이러한 플랫폼 경쟁은 기업 차원을 넘어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사업 및 연구개발(R&D)에 4400여억원을 투자한다.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스마트 에너지 허브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전력 산업 통합플랫폼(K-HuB)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전력 공급자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최고 자산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전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EV Infra), 저탄소 섬(CFI), 스마트 시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확산과 전력 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라 향후 업역(業域)의 무경계성이 더욱 가속되면 IoT, 빅데이터, AI 등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도 기대된다.

정부도 '2018년 산업기술 R&D 중점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산업 창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 제공을 핵심 주제로 선정했다. 플랫폼을 선점할 정도의 대형 융·복합 과제 추진을 통한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R&BD)에 주안점을 두고 4차 산업혁명 미래 시장 투자, 신기후 체제 선도 및 주력 산업 고도화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제 플랫폼은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융합과 연결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보다 플랫폼 구축 및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에너지밸리에서 전력 산업의 혁신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100여년 전에 '동방의 등불'에서 축원했듯 에너지밸리를 모태로 하는 한국형 전력 산업 플랫폼이 세계 에너지 벨트 구현의 모멘텀(trigger)이 되기를 염원한다.

김동섭 한국전력공사 신성장기술본부장 bizo184@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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