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계는 지금 블록체인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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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월마트와 IBM, 중국 칭화대는 재미있는 협력 사업을 발표했다. 중국 전역의 저녁 식사 테이블에 더 안전한 먹거리를 가져다 주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월마트가 중국 베이징에 '월마트 식품 안전 협력센터'를 새롭게 열면서 IBM과 칭화대는 음식이 추적되고 운송되며, 중국 전체 소비자에게 팔려 나가는 방식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 공급망기록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설계된 이 거대 계획에 블록체인 기술이 채택됐다.

이 협력은 중국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의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식품이 공급자 에코시스템에서 매장 선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식탁까지 이동하는 전 과정을 디지털로 추적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IBM은 두바이의 세관, 무역, 주요 기업들과 함께 블록체인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IBM 클라우드를 이용한 블록체인 솔루션은 무역 금융 및 수출, 재수출 과정에서 두바이에서 물품이 오가는 것을 추적해 준다. 선적 데이터를 중요 화주들에게 보내 물품 운송과 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 산업영역 파괴

블록체인이 금융 산업을 넘어 유통, 제조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은행부터 정보기술(IT) 기업까지 블록체인 표준 선점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은 올해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그룹 액센추어는 향후 5년을 전후로 블록체인 성장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시 말해 향후 5년 간 금융업계부터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록체인이란 쉽게 말해 여러 건의 거래 내역이 일정 시간마다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서 이미 생성된 기존 블록에 체인처럼 연결되는 데이터 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이중 사용 문제 때문에 도입이 어렵던 분산원장 기술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R3CEV, 하이퍼레저와 같은 글로벌 컨소시엄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소 등 개별 기업 단위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IT와 금융사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이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 게임, 헬스케어,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표준 선점에 나선 기업들, 진영구축 한창

블록체인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나선 기업들이 있다. 삼성그룹과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 및 비금융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보유한 회사와 컨소시엄을 경쟁적으로 형성했다. 현재 블록체인을 연구 개발하는 대표 컨소시엄으로는 R3CEV와 하이퍼레저가 있다.

R3CEV는 R3라는 금융서비스 기술회사 중심으로 2015년 9월 구성된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USB를 포함한 50여개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참여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도 순차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R3CEV는 지난해 4월 M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는 이더리움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에저'를 접목했다.

R3CEV는 단기로는 송금과 결제, 장기적으로 주식·회사채·보험·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블록체인인 컨소시엄 하이퍼레저는 2014년 말 리눅스 재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범산업용 분산원장 표준화 프로젝트다. IBM, 인텔, JP모건, 삼성SDS 등 8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하이퍼레저는 회원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공개해 누구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익스플로러'를 개발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협업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BAML과 HSBC, 싱가포르 인포컴 개발청이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계약 서비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서류 작업이 많은 무역금융 절차 간소화에 성공했다.

두 글로벌 컨소시엄 외에 국가 단위로도 컨소시엄 구축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두바이에서는 2015년 11월 글로벌 블록체인 위원회,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블록체인공동연합(BCCC)이 각각 출범했다. 중국에서는 파이낸셜 블록체인 선전 컨소시엄(FBSC), 러시아는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위(Qiwi)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각각 설립됐다.

◇삼성-LG의 또다른 경쟁 '블록체인'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 LG도 블록체인 확산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IBM과 함께 'ADEPT'라는 콘셉트로 IoT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간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도입했다.

삼성SDS도 블록체인 업체인 블로코와 국내외 공동 사업 추진과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삼성카드 블록체인 구축 사업을 비롯해 인증, 송금, 지급결제 등 블록체인 관련 다양한 업무 기회와 국내외 신사업을 발굴하게 된다.

LG는 계열사인 LG CNS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상용화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주주에게 문서 형태의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대신 블록체인을 이용해 전자증권을 발행한다. LG CNS는 이 플랫폼을 통해 블로코, 바이터그룹, 슈퍼스트링, 오메카 등 국내 스타트업 전자증권을 시범 발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SKC&C는 블록체인 기반 ID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물류 유통서비스. 신용장 관리 등 국제 무역 필수 문서를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문서 전자화(Digital Asset) 및 인증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BS&C도 최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에셋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현대BS&C는 디지털에셋과 IoT 환경의 유기적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블록체인 디지털에셋 시스템 '현대DAC'를 발표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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