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3일 문을 열었다. 영업 개시 하루 반나절 만에 가입자가 4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케이뱅크가 당초 예상한 결과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다.
보안 위험과 금융 거래의 불안정성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각종 우려에도 수많은 금융 소비자가 기꺼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택했다.
금융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뿐만이 아니다. 증권사들은 비대면 영업 채널을 대폭 확대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달 중에는 로봇이 직접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까지 출시가 예정됐다.
안정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하던 정부도 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뒤늦게 규제 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공모형 펀드를 신규 설정할 때 온라인 펀드를 반드시 설정하도록 했다. 사모펀드까지도 조만간 온라인을 통해 팔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업계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새삼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은 널리 알려진 운영 방식이다.
텐센트, 알리바바는 이미 결제 후 잔액을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로 굴릴 정도로 진화했다. 온라인 금 거래 등 현물 파생상품까지 등장했다. 세계 경쟁자들은 이제 인터넷은행을 넘어 금융투자업도 넘보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선 벌써부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처럼 뒤늦은 서비스 개시에도 금융권이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변화 때문이다. 예대 마진 수입으로 천수답 장사를 한다고 비판 받는 은행마저 경계할 정도로 금융권의 변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권에도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언급한 '특이점(Sigularity)'이란 시점이 조만간 닥쳐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래 기술 변화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금융권도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