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0년 늦은 한국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Key는 'ICT 융합'

한국도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맞이했다. 은산분리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로 상징되는 '내 손 안의 핑커 뱅킹' 시대가 현실화됐다.

케이뱅크 출범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인터넷은행 시대 개막이라는 점외에 금융 서비스와 지불결제, 더 나아가 자산운용까지 IT와 결합해 국경을 초월한 '크로스 뱅크'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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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출범과 함께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을 부각시키며 다양한 킬러 서비스를 내놓았다. 중금리 대출부터 전통 은행과 카드사가 플랫폼 상 접근이 불가능한 이종 부문까지 융합하면서 차별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케이뱅크의 사업 모델이 단순 해외 비즈니스 모델 모방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ICT융합 사업모델을 어떻게 발굴하고 차별화시키느냐가 케이뱅크 성공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케이뱅크는 타 은행 대비 크게 약 네 가지 경쟁력을 확보했다.

우선 방대한 고객을 이미 확보했다. 통신과 금융 주주를 앞세워 고객 유입이 한층 쉽다. 온·오프라인 기반의 고객 접점이 많다는 것이다. 또 빅데이터 등을 통해 개인 고객에 대한 상세한 금융정보를 분석할 수있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 무점포 등으로 인해 조달 비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금융 규제로 인해 산업자본 결합이 불가능하고, 계열사가 너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구조가 취약해 지속적인 투자가 힘들다. 사업 추진 시 동력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또 추가 증자 시 출자사별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통 은행과 경쟁보다 ICT융합 사례로 '틈새 시장' 만들어야

케이뱅크 출범에 앞서 해외 성공 사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들 은행도 출범 당시 똑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답은 ICT 기반의 이종 업종 간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이종업종 혹은 사업자를 끌어들여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일본·미국·중국 등 이미 시장에 안착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공통점을 분석한 결과 통신과 금융, 산업자본, 유통 등을 결합한 합작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가 케이뱅크 모델과 유사하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지분뱅크는 통신과 금융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KDDI(통신)과 UFJ(은행)이 각각 50% 지분을 확보하고 통신사 고객 대상으로 금리우대 등을 시행, 고객 이탈을 최소화했다. △통신사 고객 연계영업 추진 △비대면 실명 확인 보완 △저비용 상품 경쟁력 등을 앞세웠다.

산업자본을 끌어들인 소니뱅크(Sony Bank)도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소니와 쓰미모토미쓰이은행, JP모건이 역할을 분담해 소니금융지주 계열사와 연계 사업을 펼쳤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외화예금을 취급하고 개인 대상의 투자은행(IB)사업을 추진하는 등 산업자본을 적절히 활용했다.

편의점을 활용한 세븐뱅크는 세븐일레븐 체인점의 유통망을 통한 사업 차별화에 나섰다.

일본 현지에 있는 2만여 세븐일레븐 편의점망을 활용, ATM기기에 금융서비스를 융합했다.

비자, 아멕스, 유니온 페이 등과 제휴해 외국인 송금과 입출금을 ATM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ATM 등 해외송금 등 금융상품 중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라쿠텐뱅크는 일본 쇼핑몰 1위 라쿠텐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이 은행은 쇼핑몰 주요 고객인 젊은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사업을 접목했다. 페이스북·이메일 송금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쇼핑몰 플랫폼을 철저히 활용한 사례다. 그 결과 매년 고객수가 9.6%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포털과 제휴한 사례도 있다. 제팬넷뱅크는 포털 야후제팬과 SMBC은행 등이 합작해 야후옥션 결제 및 경마, 경륜, 경정 등 결제 자금을 적극 활용했다.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로 예대 마진 영향을 최소화하고, 포털 고객 기반 신규 고객 유입으로 급성장했다. 경마 등 고객별 관심 분야에 대한 이메일 마케팅 등 틈새시장 발굴에 나섰다.

결국 산업자본을 결합할 수 있는 법적 규제 완화와 이종업종간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케이뱅크가 전통 금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동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 경쟁력만으로는 실패 확률 높아

케이뱅크는 금리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워선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하는 데 수익구조와 비용구조 등 비즈니스 모델, 경영철학, 리스크관리, 비용관리, 소유 및 지배구조, 기술 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격 경쟁력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여긴 초기의 인터넷전문은행과는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은은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표방했다.

실제 찰스스와프은행 모회사인 찰스스와프가 고객에게 원스톱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면 일본 지분뱅크는 모바일 기기 위주의 생활을 하는 고객, 특히 양대 주주의 하나인 KDDI 고객에게 은행 서비스를 좀 더 편리하고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피도어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은행권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영업철학으로 내세우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 중심의 은행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격 경쟁보다 소비자 편의성 및 소비자 만족 중심의 영업 모델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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