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1월 IHS마킷, 펜션벌랜드(PSB), US버클리 하스경영대와 공동으로 '5G 경제'를 심층 조사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특별하게 언급했다. 2020년부터 15년간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해 한국에서 96만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일자리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나 영국보다 많다. 5G로 인한 총산출(GO)은 1200억달러(약 1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5G가 '제2 정보통신기술(ICT) 뉴딜'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 5G 산업 가능성은 기대를 갖게 한다. 2%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 조선 등 전통산업 침체, 보호무역주의 등 암울한 현실에서 5G가 그리는 미래는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5G 시대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5G의 근간이 되는 'ICT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지지만 ICT 생태계는 단순한 게 아니다. '단말-장비-공사업-플랫폼-서비스-콘텐츠-소프트웨어-벤처' 전·후방 산업이 사슬처럼 얽혀 'ICT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통신 인프라가 제공하는 비옥한 토양 위에 ICT 생태계가 울창한 밀림을 이루는 모양새다.
ICT 인프라 건설자인 통신사는 스스로 3만6000여명을 고용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ICT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광범하다. 생태계 사슬에 포함된 기업과 종사자가 6만5800개, 447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ICT 산업 노쇠화가 확연하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제성장 기여도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ICT 산업 성장률은 0.1%에 불과했다. 기여도는 3.7%에 그쳤다. 2012년 8.7%와 비교하면 성장엔진이 식었다는 게 드러난다. 5G에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가 '통신 포퓰리즘'을 단호하게 멀리하고 5G 통신 인프라 육성에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5G는 결코 통신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ICT 생태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온돌처럼 온기가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례에서 보듯 통신 분야 선심성 정책은 ICT 인프라는 물론이고 ICT 생태계 전체에 재앙을 초래한다.
임주환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한국 통신사는 2G→3G→4G 과감한 투자를 통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통신산업이 다시 한 번 선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5G 경제효과(2020년~2035년), 자료:IHS>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