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5>중소기업 지원 정부조직 개편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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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 중소기업청은 기능과 조직이 괴리돼 있다. 중기청은 부처(장관)급 정책 기능을 수행하지만 조직은 집행 단위인 차관급 외청이기 때문이다.

중기청장은 청장급 중 유일하게 위기관리대책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차관회의 등 정부 내 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한다. 중기청은 소관 법률 15개, 관련 예산만 8조1000억원이다. 환경부, 문화부, 여성부보다 많은 규모다. 청와대에 중소기업비서관실도 있다. 청 단위 조직으로는 유일하다.

기능은 분명한 장관급이다. 그러나 외청 조직이기 때문에 독자 정책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첫째로 법안 제출권이 없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입법을 위해 산업부를 통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을 하려면 산업부를 우선 설득해야 한다. 산업부와는 대·중소기업 문제 등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민감한 사안은 중기청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둘째로 부처 간 협의도 문제다. 중기청은 차관급이다. 타 부처에 비해 위상이 낮다. 정책 수립과 입법, 예산 편성 등 대등한 업무 협조에 한계가 있다.

셋째로 국가 최고 결정기구인 국무회의에 참여하지만 옵서버 자격이다. 참석은 하지만 결정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현행 중소기업 지원 체계는 기능적 역할에 따라 종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수요자인 기업은 혼란스럽고 과중한 거래 비용을 물어야 한다. 이중 수혜자 문제도 발생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하기에 현 체계는 부적합하다. 각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청 단위 정부 조직으로는 다른 장관급 부처와 소통하고 설득하거나 합의해 발 빠르게 대처하는 데 제약이 많다. 현재보다 강화된 새로운 중소기업 지원 체계 컨트롤타워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무한 경제 경쟁이 벌어지는 국제화 시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괄하는 총제적 국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부와 중기청으로 나눠진 현행 중소기업 지원 체계로는 산업 정책과 중소기업 정책 간 연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업무 유사성과 정책 중복도 불가피하다.

현 정부 체계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 총괄·조정 기능이 약하다. 현재 부처별 필요에 따라 단기적인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하는 사례가 많다. 부처 특성에 맞춘 벤처 육성 정책이 대표적이다. 국가 차원 거시적인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

산업부 외청인 중기청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 정책 전담 조직은 경제나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분야를 다루는 산업 정책과 규모를 다루는 중소기업 정책 간 중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도 중소기업 정책 전담 기구는 각 나라 특성에 맞는 형태로 존재한다. 대기업 의존도가 낮고 공정 거래 제도가 잘 구비된 국가는 산업경제 부처에 종속된 형태로 운영된다. 반면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공정거래 제도가 부족한 국가는 별도 부처를 운영한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는 중소기업 육성이 필수다. 현재 정부 조직으로는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 담당 정부 조직의 위상 강화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jpark@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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