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유통에서 콘텐츠까지 전방위 확대…냉철한 대응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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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국 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이 보복 강도를 높이면서 유통, 의료기기, 콘텐츠, 관광 등 산업계 전반에 사드발 악재가 속출했다. 해커 그룹까지 한국 기업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며 보복 공세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확산됐다.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 위기감을 증폭시키기보다는 한·중 두 나라 간의 상호 경제 협력 구조를 십분 활용하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유통업계 직격탄

중국의 강도 높은 불매, 영업정지 조치가 잇따르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가 비상 사태를 맞았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집중 포화 대상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 조치와 함께 수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8일 현재 소방 안전시설 미비 등 이유로 중국 내 99개 점포 가운데 55곳이 영업정지 됐다. 확인되지 않은 점포까지 합하면 더 많은 매장이 영업정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제과 역시 지난 7일 미국 허쉬사와 합작 설립한 중국 초콜릿 공장에 생산정지 조치가 내려져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마트는 사드와 관련 없다는 입장이지만 1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다음 달 임대 계약이 끝나는 상하이 라오시먼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을 결정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임차 계약 만료 예정으로, 실적 개선 노력에도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면서 “사드 정세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의료기기 업계도 사업 중단 여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거는 국내 의료기기 업계도 사드 보복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부터 인허가를 까다롭게 하거나 이유 없이 심사 기간을 늘리는 등 보복을 가했다. 협력 사업 중단 사태도 빚어졌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최근 중국 협력사와 사업 잠정 유보 통보를 받았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지난해부터 웨이가오그룹유한공사와 사업을 논의했다. 사업단이 원주를 방문, 중국 현지의 한국 의료기기 생산시설 투자를 협의했다. 중국 기업이 의료기기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허가와 판매까지 맡는 조건이다.

사업 협약 한 달도 채 안 돼 웨이가오그룹으로부터 사업을 유보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자세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관련 조치로 풀이된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중국 수출을 위해 웨이가오그룹과 긴밀히 협업해 왔으며, 최근 투자 협약까지 체결했다”면서 “그러나 유보하자는 통보를 받아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사업을 막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분야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콘텐츠·관광 등 전방위 확산

여행·관광 스타트업은 한국 여행 금지령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조치가 단체 관광에 맞춰졌지만 장기로는 개별 자유여행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창업한 A사는 투자를 약속 받았지만 관광 보복 조치 이후 무기한 연기됐다.

배상민 관광스타트업협회장은 “국내 스타트업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 시트립에서 한국 회사가 만든 관광상품, 쿠폰 등이 빠지고 검색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한류 선봉장인 콘텐츠 업계도 사드 보복 조치를 우려한다. 중국 3대 음원 유통 사이트 중 한 곳인 왕이뮤직이 K팝 차트를 삭제했다.

웹툰업계는 중국 당국의 눈에 띌까 우려하며 영업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루에 수백 편이 올라오는 중국 만화 플랫폼에서 독자에게 노출되려면 마케팅은 필수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 작품 홍보를 열심히 하다가 눈에 띄어 좋을 게 없다”면서 “작품 홍보를 아예 안 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마케팅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분야도 중국의 통상 압력이 시작됐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이달 들어 신규 한국 게임의 판호(출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중국 업체에 구두로 전달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신청한 판호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는 중국 파트너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소 게임사 가운데에도 같은 이유로 계약이 파기되거나 연기된 사례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게임사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판호 발급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한국 회사에 있는 저작권을 중국 업체로 헐값에 넘기도록 유도하는 등 불리한 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중국 업체가 이 과정을 비용에 포함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중국(정부와 기업)이 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 같다”면서도 “공포심을 키울 필요는 없다”며 신중함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한국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대부분 중국 회사가 돈을 벌어 가는 구조”라면서 “한국 로열티를 막기 위해 사업을 통째로 막는다면 원성은 중국 회사에서 더 크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진1】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