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과 구글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 바람이 분지 1년이 지났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압승하면서 국내에 던진 충격파가 컸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관심이 적던 AI에 정부, 기업 등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알파고가 촉발한 AI 열기에 국내 AI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고,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주요 쟁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알파고는 국민들의 관심을 AI에 집중시켰다. 구글트렌드(검색수치비교)로 살펴본 지난 5년 동안의 국내 `인공지능` 검색량은 10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3월 100(최고점)을 찍었다. 최근까지 20∼40을 유지하며 알파고 이전보다 높은 관심을 이어 갔다.
국민들의 관심은 AI 정책 마련으로 이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알파고 대국 시작 후 AI 관심이 뜨거워지자 연구 현장을 방문하고 AI 관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이 중심이 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 AI 구심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등 7개 기업이 30억원씩 출자해 설립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10월에 설립됐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6일 “알파고에 4차 산업혁명까지 더해지며 AI가 관심사로 떠올랐다”면서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도 AI 경쟁력 강화에 나서 고삐를 죄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AI는 4차 산업혁명과도 맞물렸다. 미래부는 AI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AI 핵심기술(인지 기술 등) 개발과 교육, 산업계 확산 등이 골자다.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구글은 알파고 대국 이후 신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인 뒤 AI 메신저 `알로`, AI 스피커 `구글홈` 등에 적용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조직도 최근 분사시켰다.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 방법론 `딥러닝`을 전체 서비스의 절반에 적용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서도 기계학습을 활용하는 기능을 선보이는 등 AI 생태계를 구글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움직임도 강화했다.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구글은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옮겨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기업도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포털은 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자율주행차, 스피커 등 하드웨어(HW)와 만나는 접점까지 영역을 넓혔다.
네이버는 AI를 활용한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앱) `파파고`를 출시한 뒤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 번역 품질을 약 두 배 올렸다. 최근 AI 대화형 엔진 `네이버 아이(i)`의 시범 서비스 버전을 선보였다. 자회사 라인과 함께 한 프로젝트J에서 오감을 활용한 AI 플랫폼 `클로바(clova)`,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도 이미지 인식, 뉴스 추천 등에 적용된 AI 기술을 확대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대표를 맡아 선두 기업과의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번역 엔진 전문 업체 시스트란은 지난해 말 인공신역망 기계번역(NMT)에 번역 지원 가능 언어쌍을 확대, 품질을 개선했다. SK텔레콤, KT 등 통신사에서 AI 적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타트업에서도 AI 방법론 기계학습 활용과 고도화가 이어졌다. 쿨잼컴퍼니는 흥얼거림만으로 악보를 만들고 반주를 생성하는 `험온` 앱을 개발했다. AI 기반의 제약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탠다임`, 이미지 인식 기반의 질병 진단 기술을 보유한 `루닛` 등 헬스케어 분야 기업도 우수한 국제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더욱 주목 받았다.
국내 기업 협력도 이어졌다. AI가 화두가 된 지 1년도 안 돼 통신사, 소프트웨어(SW) 기업, 대기업 등 60여개 기업이 모여 `지능정보산업협회(회장사 SK텔레콤)`가 출범했다. 핵심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SW업계도 SW산업협회 산하에 지능정보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이경일 지능정보산업협의회장(솔트룩스 대표)은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대규모 AI 투자를 발표하면서 AI 산업이 가시화됐다”면서 “알파고라는 이벤트에 세계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AI 관심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고 대국 이후 지난 1년간 국내 AI 주요 움직임, 출처: 업계 취합>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