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과제는 핑계를 대고, 성공할 과제는 방법을 찾는다.”
지난해 11월 소장으로 취임한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장은 `환골탈태`의 각오를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는 2010년 `한식 세계화`를 필두로 한국식품연구원 산하 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그동안 기관 평가는 `미흡`을 연달아 두 번 받았다. 가장 큰 미션은 `미흡` 탈출이다.
하 소장은 “미흡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수요자가 원하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더라”라며 스스로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3년은 수요자 중심 연구, 김치생태계 활성화로 산업에 기여하겠다”면서 “내부 혁신을 위해 연구 현장에 있는 사람을 본부장으로 발탁해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김치연구소에 최근 큰 성과가 있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김치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 WiKim28`을 개발했고, 연구결과는 9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논문이 실렸다. 이 유산균은 이미 상품화된 CJ 아토피 개선 유산균과 비슷하지만, 작용기전이 다르다. WiKim28은 섭취시 관용수지상돌기세포 분화 촉진으로 면역제어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작용기전을 밝혔다. 연구소는 다른 기능성 유산균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 소장은 작지만 알찬 연구소가 되겠다며 `연구성과 예고제`를 도입했다. 어떤 과제를 수행하면 연구논문, 기술이전, 특허를 미리 예고를 해서 쓰라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논문 3편`이 아닌 한 편을 쓰더라도 `어떤` 저널에 `무슨` 제목으로 `언제쯤` 내겠다를 명시하라는 것이다. 하 소장은 “과제가 보통 5억~10억원 이상 단위인데, 이렇게 하면 1억원당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성을 띄게 된다”면서 “연구자가 매칭펀드로 자신의 연구에 사비 100만~500만원이라도 기꺼이 낼 수 있을 정도의 열정 있는 연구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돈 10원이라도 내기 아깝다고 느끼는 연구는 할 필요가 없단 뜻이다.
그는 한국식품연구원에 있을 때 일화를 설명하며 가짜꿀 같은 연구를 하지 말고 `진짜 연구`를 하자“고 강조했다. 하 소장은 “꿀을 분석하러 양봉장에 갔더니 벌이 꽃에서 꿀을 얻어 오는 게 아니라 주인이 떠다놓은 설탕물에서 꿀을 얻고 있더라”면서 “그게 가짜꿀이지 뭐냐. 소비자는 모르지만 만드는 사람은 안다. 가짜꿀 같은 연구를 하지 말자”고 말했다.
하 소장은 김치연구소를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키울 예정이다. 김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기생충 알, 중금속, 타르색소 같은 것이 김치에 들었는지 분석, 측정하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이 되도록 추진한다. 김치연구소의 인증을 받으면 `안전한 김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올해 국제공인시험기관 자격을 획득하려고 한다”면서 “김치 품질에 관련돼서는 국제적으로 신뢰 받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