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과 대전시가 특허청이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사용처를 잃은 8100㎡ 규모 `특허허브센터` 부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모두 해당 부지를 IBS가 흡수하는 것을 가장 좋은 대안으로 여기면서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크다. IBS는 연구단이 들어설 연구공간으로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대전시는 특허허브센터를 대신할 대형 건물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양측 모두 양보할 마음은 없고 서로 상대방이 더 좋은 조건을 내밀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어떤 결과로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허허브센터 부지는 IBS 외에는 마땅한 수요자를 찾기 어려운 땅이다.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엑스포과학공원 중간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IBS 옆구리에 붙어 있는 곳이라 다른 기관은 관심을 보이기 힘들다.
이 부지는 당초 IBS 부지에 포함된 땅이었다. 그런데 2015년 대전시가 사업계획을 변경해 특허청에 특허허브센터 부지로 내주면서 용도가 바뀌었다. IBS로서는 한 귀퉁이를 빼앗긴 셈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특허청이 특허허브센터 건립을 포기하면서 IBS 외에는 사줄 곳이 마땅치 않은 이상한 공간이 돼버렸다. IBS 입장에서는 필요는 하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서둘거나 대전시 입맛에 맞춰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IBS는 당초 계획했던 부지를 다시 흡수하면 연구단 입지 걱정을 덜 수 있다. 8100㎡ 면적이면 4~5개 연구단이 활용할 연구시설을 세울 수 있다. IBS 본원 연구 공간은 약 13만㎡ 규모다. 이 곳에는 총 15개 연구단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IBS는 오는 2021년까지 연구단 수를 5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연구공간은 부족해진다.
정경택 IBS 건설기획센터장은 “국가적으로 기초과학연구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미래를 위한 IBS 연구공간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IBS는 이 부지를 `과학도시 대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대전시는 IBS에 연구용지로 내주는 데 부정적이다. 이 곳에는 특허허브센터급 주요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허정보원 등을 포함한 20층 규모 특허허브센터를 유치해 대전 특허산업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계획과 크게 달라지면 주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IBS 외에는 이 부지를 사 줄 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전시로서는 IBS가 대형 건물을 세우는 계획안을 내주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빈 대전시 과학특구과장은 “IBS가 부지 매입을 공식화하면 대전시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면서도 “IBS가 이를 추가 연구시설 입지로 사용하겠다고 하면 대전시는 어려운 부분이 많이 생기니 중요한 시설을 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