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업계가 날로 쪼그라드는 공모펀드 시장에 한숨을 쉬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에도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먼저 나서 과거 투자성과를 근거로 `펀드 줄세우기` 평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 설정액은 처음으로 공모펀드 설정액을 넘어섰다. 특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1년간 6조5820억원이 감소했다.
새해 들어서도 자금 이탈은 멈추지 않고 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23일까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총 1조286억원이 순유출됐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공모펀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성과보수 도입, 소규모 펀드 정리 등을 골자로 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8일에는 1년간 높은 수익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비교공시 사이트 `펀드다모아`를 열었다.
일반투자자들이 기존 펀드 공시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이트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 상위 50개 공모펀드의 1년 수익률을 비교 공시하는 서비스다. 1년간 많은 수익을 거둔 펀드 순으로 상품 데이터를 제공한다.
25일 기준 상위 10개 펀드에 이름을 올린 펀드 가운데 9개 펀드는 브라질 또는 러시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1년간 5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금융투자업계는 과거 수익률 성과를 근거로 펀드 실적을 판단하는 것은 외려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 펀드 운용역은 “흔히 상투 잡았다고 말을 하듯이 이미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펀드를 먼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투자자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판매사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브라질이나 러시아에 투자하라고 권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펀드 중심 성과 평가보다는 우수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기대 수익률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펀드별 성과공시는 체리피킹 가능성을 높여 운용사 또는 펀드매니저 운용 능력을 가늠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인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 운용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강남 고액자산가들은 공모펀드를 떠나 사모펀드로 넘어가기 시작한지 오래”라며 “기관투자자들이 늘면서 우수 펀드매니저들이 많은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사모일임 시장으로 점차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사모펀드 규모 추이 (단위:조원) 자료: 금융투자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