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전자잉크의 부활…EMI 차폐시장 개막에 대박 조짐

인쇄전자용으로 개발된 투명전자잉크가 차세대 소재로 떠올랐다. 투명전자잉크가 전자파간섭(EMI) 차폐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전자제품 업체가 EMI 차폐 기술 도입을 서두르면서 수천억원대 투명전자잉크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투명전자잉크의 EMI 차폐 성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투명전자잉크는 전도성을 갖춘 잉크다. 은 성분을 미량 함유하고 있어 회로·전극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도성과 초박막 특성을 응용하면 EMI 차폐재로의 용도 확장이 점쳐진다.

아주 얇은 막으로도 EMI 차폐 성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폐 대상 부품에 잉크를 인쇄하고 열을 가해 소성, 박막을 형성하는 식이다. 이 경우 1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박막으로도 차폐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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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전자잉크

일부 업체는 1㎛ 이하 박막으로 2.5㎓ 이상 전자파를 차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주파 차폐 대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주파에서 은의 차폐 특성이 좋은 점을 이용했다. 투명전자잉크에는 은이 완전히 녹아 분산된 상태로 함유돼 있다.

이런 공정이 양산에 도입되면 전자부품 소형화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이 좋은 예다. 카메라모듈은 렌즈, 구동부, 이미지센서 등을 조립하고 금속 차폐 캡을 씌운 구조로 만들어진다. 차폐 캡을 잉크막으로 대체하면 `캡 없는 카메라모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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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전자잉크는 스크린이나 증착 공법이 아닌 잉크젯 프린팅 공법으로 사용한다. 미세 선폭, 형상을 인쇄하는 데 강점이 있다. 이 때문에 차폐재로 활용될 때도 카메라나 스피커처럼 미세 구조를 갖춘 모듈형 부품에 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부품은 소형화 수요도 높다. 완제품(세트) 크기가 작아지면서 부품 밀집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제품 내부에서 개별 부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해야만 소형 제품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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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상용화 속도가 더딘 투명전자잉크가 EMI 차폐 시장에서 새 성장판을 찾을지도 주목된다. 투명전자잉크는 애초 인쇄전자용으로 개발됐지만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확산되지 않아 양산 적용 사례가 거의 없었다.

EMI 차폐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된다. BBC리서치 보고서는 글로벌 EMI 차폐 시장이 2019년까지 연 평균 4.4% 성장, 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모든 종류의 차폐 시장을 합산, 추산한 것이지만 개별 시장도 성장성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애플 등이 스마트폰 생산에 투명전자잉크를 도입하면 단번에 수천억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전자잉크는 애초 인쇄전자 용도로 개발됐지만 시장 개화는 더뎠다”면서 “EMI 차폐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애초 목표인 인쇄전자 시장보다 먼저 상용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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