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투자자들, 증권집단소송 첫 승소
주가연계증권(ELS)를 매입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85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국내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내려진 첫 판결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송을 직접 내지 않은 해당 상품 투자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집단소송제도란 피해자가 여럿인 민사 사건에서 모든 피해자가 소송을 내지 않더라도 피해자 대표(대표 원고)가 소송에 이기면 다른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미국 등에서는 적용 범위가 넓지만, 우리나라에선 2005년부터 ‘소액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자 김경)는 김모 씨 등 6명이 “주식연계증권 시세 조종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도이체방크는 투자자들에게 85억 8천만 원을 물어주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김씨를 포함한 464명이 배상금을 나눠가지게 된다.
앞서 김씨 등은 지난 2007년 8월 한국투자증구너이 발행한 ‘부자아빠 ELS 제289회(한투 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 이 상품은 만기가 될 때까지 삼성전자와 KB금융 주식의 주가가 일정한 범위에 있으면 수익을 지급하고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일어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상품 만기일인 2009년 8월 26일 주식시장 마감 직전 도이체방크가 보유하던 KB금융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면서 주가가 수익 지급 범위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25%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도이체방크가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주식 시세 조종 행위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재판부가 배상액으로 정한 85억 8천만 원은 도이체방크의 시세 조종이 없었을 경우, 투자자들이 볼 이득과 실제 받은 금액의 차액이다.
한편 증권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첫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은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도 자체를 까다롭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진행하려면 먼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가조작’등 명백한 불법행위로 의심되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이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에 김씨 등이 2012년 소송을 낸 이 사건도 지난해 5월이 되어서야 허가 결정을 받은 것이다.
증권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야 첫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은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도 자체를 까다롭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진행하려면 먼저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가조작' 등 명백한 불법행위로 의심되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이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김씨 등이 2012년 소송을 낸 이 사건도 지난해 5월에야 허가 결정을 받았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