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트럼프는 이날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취임식을 하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으로서 4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정오(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에 트럼프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한 데 이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제로 취임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청사진을 공개한 취임연설에서 대선 핵심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 중산층 복원을 약속하면서 서방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개편 등 트럼프식 세계 질서 구축 등 변화를 선언했다.
특히 그는 “오늘은 권력을 워싱턴에서 국민에게 이양하는 날”이라며 “오늘 여기서 지금부터 변화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1월20일은 국민이 다시 이 나라의 통치자가 된 날로 기억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새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통합과 축제의 무대가 돼야 할 취임식은 `분열적` 대선전의 후유증 탓에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따른 `정통성 시비`가 일면서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 등 의원 60여 명이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수십만 명의 `반(反) 트럼프` 시위자들이 워싱턴DC로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백악관과 의사당 주변은 사실상 완전한 통제 상태가 됐다.
경찰과 주 방위군 2만8000여 명이 취임식 행사장 안팎을 지키고 있으며, 시 외곽에도 병력 7800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저 수준인 37%의 지지율로 취임하는 것이나, 각료 인선은 마무리했지만,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등 각료 후보자 대부분이 인준을 받지 못한 것 등도 새 정권 출범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시대`는 전후 질서가 시험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나토 동맹 무용론을 제기하고 유럽연합(EU) 흔들기에 나선 데 이어, 적대국인 러시아를 끌어들여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유엔조차 `사교 클럽` 취급을 하는 등 전후 질서 대변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최대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G2 갈등이 격화해 그 파장이 한반도에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18일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은 최대 보호무역국가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에 고관세를 물리겠다”며 무역보복을 예고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