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영장 청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순실 사태가 공론화된 후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왔던 상황에서 주가 반영이 이미 이뤄졌고, 반도체시장 호조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태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많다.
물론 이 부회장 구속으로 오너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호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특검에 출두한 날에도 주가는 장중, 종가 모두 사상 최고가인 194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13일 주가는 다시 180만원대로 내려갔고, 외국인은 이날 하루만 182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앞선 나흘간 1549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것을 하루 만에 정리한 것이다. 16일에도 낙폭을 키워 이틀새 5% 이상 상승분을 반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기업 펀더멘털보다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오너 공백이 성장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외국인 매도세도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검의 영장 청구는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삼성전자 펀더멘털과 무관한 요인으로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지난 4분기 9조원이 넘는 잠정실적이 나왔고 올 1분기에는 10조원, 올해 전체로는 40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CEO 리스크가 작용할 여지는 작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갤럭시S8 출시 등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는 등 주가를 떠받칠 호재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순실 사태로 삼성전자 시스템이 단기에 깨지진 않는다”며 “올 1분기는 물론 연간으로 봐도 삼성전자 펀더멘털은 좋은 상황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가 SK나 롯데그룹 등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로 인해 전체 증시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몇몇 그룹사 주가에는 종일 파란불이 들어왔다.
<삼성전자 최근 주가 흐름(단위:원, 주) 자료:한국거래소>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