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정전지역 복구역할까지…전력연구원, V2G 가동한다

#한 마을이 기습 한파에 고립됐다. 전원도 끊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상황이 전해지면서 전기자동차 수백여대가 마을 주변으로 모였다. 자기 차를 전봇대에 달린 충전구에 접속했다. 그리고 전력망이 복구되기까지 이 마을 전력은 발전소가 아닌 `전기차`에서 공급됐다.

이 같은 모습이 상상을 넘어 현실화된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망에 역전송하는 한국형 V2G(Vehicle to Grid) 시스템이 개발된다. 송·배전 과정에 전력 손실 없이 전기차 열 대만 모아도 20여가구(4인 기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 공급된다. 전기차가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비상 전원용으로도 활용된다.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은 다음 달까지 한국형 V2G 시스템을 완성하고 3월 통합운영센터(TOC) 구축에 착수한다고 10일 밝혔다. 2개월 동안 자체 테스트를 거친 후 실증 사업도 벌인다. 실증으로 시스템 안정화와 완성도를 높인 후 국가 표준규격과 국제표준 획득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스템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배터리용량 28㎾h)`에 기반을 두고 현대모비스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양방향 내장형 충전기(OBC)를 비롯해 전력 계량기를 장착한 피엔이시스템즈 완속충전기(7㎾h급)가 투입된다. 차량·충전기·전력망 간 통신을 위해 한국형 고속 전력선통신(PLC) 기술이 처음 적용됐다.

전력연구원은 V2G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전력시장 수요반응(DR), 건물에너지관리(BEMS), 신재생에너지 출력관리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서비스 모델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가정과 공장, 사무실, 상업점 등 다양한 생활편의 시설이나 산업 분야로 확대가 예상된다.

손찬 전력연구원 박사는 “현재 각각의 요소 기술을 안정화시켜 통합하는 막바지 단계로 5월까지 구축과 테스트를 완료한 후 상용화 검증에 나설 방침”이라면서 “전 세계에서 V2G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표준화된 모델이 없는 만큼 본 사업에서 한국형 V2G 시스템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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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G(Vehicle to Grid) 시스템 개념도.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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