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년 새해 첫 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갑작스레 만났다. 예고되지 않는 티타임 형식 간담회였다. 3일 시작되는 헌법재판소 정식 기일 개시를 앞둔 의견피력 성격이 강했다. 앞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과 비슷한 톤으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손님을 맞는 상춘재에서 40여분간 기자들과 다과를 함께 하며 새해 인사를 건네고 현안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 자리는 참모진과 `떡국 오찬` 이후 급하게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이 날 “국민들께 미안한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 속에 지내고 있다”며 “저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뇌물이나 뒤로 받은 것 없이 많은 일을 열심히 한 것인데, 고초를 겪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도 민관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잘해보자는 뜻으로 한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세계로 뻗어나가면 한류도 힘을 받고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동참한 것인데, 압수수색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털어놨다.
많은 의혹이 줄이어 제기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탄식했다. 박 대통령은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그 중 하나로 세월호 참사 당일을 꺼냈다. 밀회, 굿, 성형수술 등의 의혹에 대해 어이없는 소문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정상적으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보고 받으며 계속 체크했다. 그날 마침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 있었던 것”이라며 “전원 구조됐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보였다고 해서 너무 놀라 현장에 바로 가려 했으나 중대본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바로 떠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여러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나 누구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창조경제도 대기업 돕기보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기업이나 중소기업에 관심 갖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연결해 주거나 길 터주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에 대해선 “몇십년 된 지인이지만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걸 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겠냐”며 “각 분야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저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을 얻으며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친박계 인적 청산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에서 출석 요구가 온다면 성실히 임하겠다”며 “새해에는 모든 게 정상으로 바로잡혀 보람찬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