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 `스마트카 후발` 대한민국, 경쟁력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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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자동차산업이 IT와 접목된 `스마트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모듈 중심으로 발전할 스마트카 시장 특성상,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함께 내·외부 디자인에 대한 연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를 살펴봤다.

◇소비자 눈높이·스마트카, 디자인 첨단화 이끌 것

현재 자동차디자인 분야는 부품이나 성능만큼이나 소비자의 주요 평가기준으로 꼽힌다. 과거 1990년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는 상당히 비싼 재산으로 꼽힌 물품이었다. 차량 구매층이 제한적이었고 평생차량 개념이 상당히 깊게 박혀있어 디자인보다는 차량 자체의 성능과 내구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생활 수준의 지속적 향상에 힘입어 구매층이 젊은 세대까지 확대되면서 자동차가 각자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차량 내구성 못지않게 승차감이나 운전편의장비 등 요구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동차 디자인은 이런 수요에 발맞춰 점진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소위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와 포르쉐·페라리 등 유명 해외 자동차업계는 오랜 역사를 토대로 차량 자체의 성능과 디자인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잠재적 고객들까지도 매료시키고 있다.

국내 5대 자동차업체 또한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 피터 슈라이어가 현대기아차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출시된 1세대 K5(기아차)나 현대차 프리미엄브랜드 `제네시스` G80과 EQ900, 올해 출시된 SM6(르노삼성)·올 뉴 말리부(한국GM) 등 사례처럼 외부인재 영입과 벤치마킹 등 전략으로 차량 성능과 디자인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점차 고객 기호에 맞는 차량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런 디자인 경향은 `스마트카`로 명명될 수 있는 미래 자동차업계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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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요구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량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무인주행차 등이 현재처럼 개별부품을 한꺼번에 조립하는 과정이 아닌 모듈(Module)화해 제작하게 되면서 외부 전체 디자인은 물론 세부 파트별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재경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사무처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콘셉트가 외형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있으나 자동차가 여러 분야 산업이 연계돼 만들어진 산물인 만큼 이에 대한 전 방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며 “특히 스마트카와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같은 첨단 자동차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은 점차 모듈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파트별로 높은 디자인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디자인 韓, 매서운 中 추격 대비해야

이런 업계추세에서 현재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디자인 교육 분야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미국 LA아트센터 입학생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벤틀리·폭스바겐·GM(제너럴모터스) 등 책임 디자이너를 거친 이상엽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상무이사처럼 해외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 책임 디자이너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인이다. 이처럼 자동차디자인 분야에서의 한국은 객관적인 수치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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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제공)

하지만 한국보다 자동차분야의 후발주자인 중국이 자본과 절대인구 수를 바탕으로 수준급 실력자를 많이 배출해내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자체 환경오염 개선을 목적으로 선택한 전기차 분야가 세계적인 친환경차량 트렌드가 되면서 관련 기술은 물론 파트별 디자인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도 한국의 디자인 분야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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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한국의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자동차 분야에 대한 전문 디자이너 양성기관이 절대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나 자동차학과 등에서 소규모로 디자인 분야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또 자동차디자인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나 자료 등도 미비한 까닭에 관련 전문교육을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부산 등에서 열리는 모터쇼가 디트로이트나 상하이, 도쿄 등에서 펼쳐지는 행사보다 규모면에서 적다보니 해외 유력 디자이너들이 국내에 방문하는 일이 없어 디자인 문화나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도 경쟁력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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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두번째부터) 리처드 정 회장과 임범석 이사 (우측 첫번째) 이상엽 부회장 등 임원들이 외빈들과 함께 한국자동차협회 발족식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제공)

이에 국내외 뜻있는 한국 자동차디자이너들이 모여 조직한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올해 8월 출범한 협회는 미국 Adient(존슨컨트롤즈 자동차부문) 부사장 리처드 정을 필두로, 이상엽(현대차 디자인상무)·임범석(美 ACCD 아트센터 교수)·최상원(LG전자 상무)·김승우(KLIO 디자인컨설팅 이사)·김진성(UNIST 교수) 등 자동차 디자인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돼 자동차디자인의 한류를 이끌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단체다.

이들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과 연계, 모터쇼 부대행사로 `디자인그랑프리`와 `국내외 자동차디자인 네트워크`를 운영·기획 중이며 온·오프라인 디자인 교육과 각종 연구과제와 자료 발간 등 국내 자동차디자인분야 육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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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소재경 사무처장, 이경옥 상임이사.

이경옥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상임이사는 “지난 2013년부터 규모가 큰 해외모터쇼에서 뜻있는 한국 디자이너들끼리 모이기 시작한 소모임으로 시작한 협회는 리처드 정 회장을 비롯한 국내외 유력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돼 자동차디자인계의 한류를 일으키고자 준비하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발표와 후진양성을 위한 제도마련, 네트워크 구축, 인력풀 마련 등을 통해 추격해오는 중국 등의 시장으로부터 한국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는 내년 상반기에 계획된 서울모터쇼와 하반기의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등을 시작으로 디자인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네이버 등의 플랫폼과 연계해 교육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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