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非박근혜계)가 27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 새누리당을 떠났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뭉쳤던 보수 세력이 26년 만에 갈라섰다. 비박계 신당이 원내 교섭단체 요건인 의석 20석을 넘기면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과 함께 4당 체제로 재편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 쟁탈전과 대선 후보를 둘러싼 정계개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박계 의원 30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전통과 유산은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는 진정한 보수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집단 탈당했다. 동시에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탈당 직후 국회 원내교섭단체로 등록, 더불어민주당(121명), 새누리당(99명), 국민의당(38명)에 이어 원내 제4당으로 출발했다.
개혁보수신당은 이날 초대 원내대표에 4선 주호영 의원, 정책위의장에 3선 이종구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재선 정양석 의원을 각각 합의 추대했다.
이들은 창당 선언문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보수정치` 등을 강조했다. 이들은 “개혁보수신당은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며 “대한민국 헌법과 가치를 목숨처럼 지키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새로운 보수정당을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
주 초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드디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이 탄생했다”면서 “개혁보수신당이 반드시 대세가 되고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할 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달 비박계 의원의 추가 탈당을 독려해 세를 확장하고, 내달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놓고는 새누리당과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야 정치권은 비박계 신당 창당을 놓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야권은 일단 겉으론 대화와 협상의 길이 열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재벌 등 개혁입법 추진을 위해 신당과 적극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여권 잔류파는 “명분 없는 보수 분열”이라며 탈당파를 비난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수를 분열시킬 에너지가 있다면 당을 변화시키는데 힘을 모아달라”며 “혁신을 내세운 탈당이 실제로는 개인적 정치 야심, 정파적인 구원, 대선 주자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행태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의 분열로 야권 대선주자 움직임도 빨라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는 없다”며 4당 체제 개편에 날을 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공조에 합의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전략적 지지를 호소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