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기내 보안·안전 개선을 위해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 사용 절차를 간소화한다. 다만 미국 등 선진국 항공사에서 기내 상시 배치하는 `보안전문 요원`에 대해서는 배치할 계획이 없다. 국내 항공보안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회장 조양호)은 2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내 난동 발생 시 조기 진압 위한 테이저 사용 조건·절차 및 장비 개선, 전 승무원 대상 항공보안훈련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기내 안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기내난동 발생 시 신속하교 효과적인 진압을 위해 테이저건 사용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승객이나 승무원의 생명 또는 신체의 긴급한 위험이 있거나 항공기 비행 안전 유지가 위태로운 경우 등 중대 사안에만 테이저건을 쓸 수 있었다. 이제는 기내 난동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이 테이저건 발포 의사를 전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김용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장(전무)은 “테이저건은 위험한 총기로 분류되지만, 승객과 승무원 안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긴급한 위험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 한다”며 “항공보안 훈련을 기존 연 1회에서 3회로 늘려서 승무원들이 잘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저건은 방아쇠를 당기면 다트 모양 탐침(探針) 두 개가 발사돼, 탐침에 연결된 전기선으로 순간 전압 5만 볼트 전류가 흐른다. 최대 사거리는 6.5m가량이며 사람 옷이나 몸에 맞으면 인체에 흐르는 전자파장을 교란시켜 근육운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다. 총기 사용을 대신하기 위해 국내 경찰에도 많이 보급됐지만, 오남용 사례가 많아 여전히 논란이 있는 장비다. 실제 테이저건을 맞고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눈에 맞아서 실명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기내 보안·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기 내 전문 보안요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국내선과 터키, 이스라엘 등 테러 위험 노선에 한해 사복 경찰관을 두는 `에어마셜` 제도를 운영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보안요원 2명 이상이 반드시 탑승하도록 하는 `항공운송사업자의 항공기 내 보안요원 운영지침`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상무)은 “보안전문 요원 도입은 항공사 정책을 개정하기 보다는 국가에서 법적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문제 승객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기내 난동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최근 하노이∼인천행 여객기(KE480)에서 만취 상태로 난동을 벌인 승객인 임범준씨에 대한 탑승거부 조치를 내렸다. 임 씨는 오는 29일, 1월 등 탑승계획이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임씨에 대해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일한 `항공기운항저해 폭행죄`를 적용했다. 이는 46조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죄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단순 기내 소란행위보다는 처벌 수위가 훨씬 높다.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