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우이앤피가 국내 A대기업에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한다.
태우이앤피는 최근 A대기업과 이 같은 내용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6일 밝혔다.
태우이앤피가 공급할 100%알루미늄 소재 PCB는 가로등 조명에 사용된다. 중장기적으로 TV 백라이트(BLU)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알루미늄 소재 PCB는 구리를 완전히 제거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PCB 가격은 3분의 1, 무게는 절반 가까이 낮췄다. 방열 효과도 크게 개선했다.
제품 품질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이번 공급계약에 앞서 같은 제품이 자동차용으로 먼저 사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자체 점검 결과, 구리 대비 알루미늄 PCB 원가와 무게가 각각 30%, 40%씩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을 내보내거나 내뿜는 방열 효과가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방열 효과가 좋다. 태우이앤피는 알루미늄을 동박 두께 대비 1.8~1.9배 높게 쌓은 방식으로 약점을 매웠다. 대신 베이스 메탈(알루미늄)을 얇게 입혀 전체 PCB 두께는 비슷하게 맞췄다.
이 기술은 6년 전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체 타이코와 공동연구로 탄생했다. 타이코가 관련 장비를 대주고 태우이앤피가 연구개발을 맡았다.2년 전 완제품이 나왔고 현재 신뢰성 테스트가 마무리돼 자동차 퓨즈 박스 내 장착되고 있다.
김강식 태우이앤피 대표는“인쇄회로기판은 모두 동을 사용하지만, (태우이앤피는) 동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했다”며 “6년 전 시장 흐름을 읽고 개발한 이번 기술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기초소재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루미늄은 PCB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PCB에 부품을 실장하려면 표면처리 작업을 거쳐야 한다. 알루미늄은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 복잡한 회로를 설계하는 데도 구리 대비 정교함이 떨어진다. 태우이앤피는 PCB 화학약품 전문업체 와이엠티와 손잡고 이 같은 약점을 극복했다. 주석으로 표면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스마트폰처럼 정밀한 회로 설계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조명과 TV, 자동차용으로 쓰기엔 문제가 없도록 했다.
반면 일반 PCB는 구리(동)를 사용한다. 유리섬유(기판)와 알루미늄 위에 얇은 구리 층(동박)을 열과 접착제로 붙이는 구조다. 구리는 유연하고 전기전도성이 높다. PCB에 전자회로를 새기는데 유리하다.
다만 가격이 약점이다. 최근 두 달 사이 동박 가격은 50%까지 폭등했다. 동박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남아있던 물량도 수익성이 뛰어난 전기차용 2차 전지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부 대기업 중에는 PCB용 동박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2차 전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동박 수급 자체가 불안해진 셈이다. 반면 알루미늄 가격은 안정적이다. 구리보다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무게도 가볍다. 두께 조절도 자유롭다. 좀처럼 부식하지 않고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