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전자, 한양대학교와 EUV 펠리클 공동 검증

극자외선(EUV)은 빛 파장이 13.5㎚로 짧아 10나노 이하 초미세 패턴도 한 번에 새길 수 있다. 그러나 EUV는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독특한 성질을 지녔다. 심지어 공기에도 흡수된다. 이는 장비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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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는 공기를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된다. 따라서 EUV 노광 장비도 내부 구조가 기존 액침 장비와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노광 장비는 광원이 대형 렌즈를 직선으로 투과해서 마스크에 닿는 구조였다. EUV 노광 장비는 다층 박막 특수 거울을 다수 배치, 진공 상태에서 광원을 여러 번 반사시켜 마스크에 닿게 한다. 대형 렌즈와 공기에 EUV 광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진공, 반사 형태 구조를 채택한 것이다. 광원의 파워는 웨이퍼 처리 속도와 직결된다. 광원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패턴이 새겨진 금속 원판이다. 노광 공정 때 웨이퍼 위에 배치된다. 마스크를 통과한 빛은 포토레지스트(PR)를 도포한 웨이퍼에 닿아 화학 반응을 거쳐 실제 패턴을 새긴다.

펠리클(Pelicle)은 먼지로부터 마스크를 보호하는 부품이다. 기존의 노광 장비에서 마스크와 펠리클은 쌍으로 붙어 사용됐다. 당초 업계에선 EUV 노광 공정 때 펠리클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광원 출력을 최대한 보전하려 했기 때문이다. 펠리클을 통과할 경우 광원이 흡수됨으로써 처리 시간이 지연됐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업계가 EUV용 펠리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펠리클 없이는 먼지에 따른 마스크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EUV용 마스크는 장당 가격이 5억~6억원이어서 보호 펠리클이 없다면 공정비는 기하급수 규모로 늘어난다.

EUV 펠리클 개발 도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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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마스크와 펠리클 구성도. 반사 구조여서 빛이 한 번 들어온 다음 다시 빠져나갈 때 광원 손실이 크다.

첫째는 투과율이다. 투과율이 떨어지면 광원 손실이 크다. EUV는 반사 구조여서 광원이 펠리클을 두 번 통과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소자 업계는 투과율 95%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정도 투과율을 달성하려면 펠리클 소재를 폴리머에서 실리콘 등 새로운 물질로 바꿔야 한다. 두께 역시 50나노 이하를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펠리클을 마스크 위로 덧대는 구조 변화다. 가로 110㎜, 세로 144㎜ 면적의 초박막 필름 형태의 펠리클을 마스크 위로 평평하게 고정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셋째는 효과 높은 열의 배출이다. EUV 광원을 받은 펠리클은 온도가 올라간다. EUV 장비 속은 진공 상태여서 대류에 의한 열 방출이 안 된다. 두께가 매우 얇아서 측면 열 방출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온도 하락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양대는 이달 교내 클린룸에 펠리클 온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연구실을 꾸몄다. EUV 장비를 들여올 순 없었지만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연구진과 협력했다.

안진호 한양대 산학협력단장(신소재공학부 교수)은 “재료가 바뀌면 기초 물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중요하다”면서 “1월부터 연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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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액침 장비용 마스크 펠리클. 펠리클은 마스크를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광학 초점은 마스크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펠리클에 먼지가 앉아도 올바르게 패터닝이 이뤄진다.(사진 FST)

국내 업체 가운데에는 펠리클 전문 업체 에프에스티(FST)가 EUV 펠리클을 개발하고 있다. 마스크 전문 업체 에스앤에스텍도 EUV 펠리클을 개발하기로 하고 상당한 자금을 시설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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