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패혈증 원인 물질인 박테리아 내독소(세포외벽에 존재하는 독성 분자)가 우리 몸 안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전달되는지를 밝혀냈다. 패혈증 쇼크 환자 치사율은 30~70%에 달한다. 증상완화 외에 근본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치료제 개발 기대가 높아졌다.
김호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윤태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기존 실험방법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LBP, CD14, TLR4-MD2 단백질 간 움직이는 상호작용을 최신 첨단 실험 기법으로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량의 내독소는 세포 독성과 패혈증을 유발하는데 박테리아 내독소의 선천성 면역 반응 활성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감염으로 발생하는 혈액 내 내독소 다량 유입은 고열, 혈압 저하, 장기 손상 등 과도한 염증반응 결과인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단분자 형광 기법과 바이오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마이셀(Micelle) 형태로 존재하는 내독소 표면에 막대 모양의 LBP가 결합해 내독소를 인식했다. 여기에 CD14가 빠르게 결합해 내독소 한 분자를 가져간 후 면역세포 수용체인 TLR4-MD2와 상호 결합으로 주는 내독소 인식과 전달 메커니즘을 보여줬다.
박테리아 내독소와 정제된 LBP 단백질을 혼합해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각각의 분자 모양을 컴퓨터를 활용한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분석했다. 내독소와 결합한 LBP 단백질 구조를 최초로 규명했다. 막대모양 LBP 단백질이 그들의 N-도메인 끝에서 내독소 마이셀 표면에 결합해 박테리아 내독소만을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내독소에 형광을 부착시킨 후 내독소 항체를 활용해 유리슬라이드 표면에 코팅시켰다. LBP, CD14, TLR4-MD2 단백질을 흘려주면서 박테리아 내독소, LBP, CD14, TLR4-MD2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단분자 형광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호민 교수는 “박테리아 내독소가 생체 내 단백질의 동적인 상호 작용으로 면역세포에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밝힌 것”이라면서 “선천성 면역 유발 메커니즘 이해뿐만 아니라, 패혈증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이며 셀(Cell) 자매지인 `이뮤니티(Immunity)` 13일자에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